하루아침에 60∼80대 할머니 6명이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진 일명 '농약 사이다' 사건이 발생한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리 주민들이 앞으로 겪을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피해 할머니들이 마신 사이다에 독극물을 탄 유력 용의자로 사건 현장인 마을회관을 자주 찾아 어울렸던 이 마을 80대 A 할머니를 지목하면서 주민들 사이에 싹튼 불신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사건 발생 5일째인 18일 이번 사건으로 중태에 빠졌던 라모(89) 할머니가 병원치료 중 끝내 숨졌다는 비보가 42가구에 주민 86명이 전부인 이 작은 시골마을에 전해졌다. 독극물 사건으로 숨진 할머니가 2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한 60대 주민은 "제발 의식을 회복하길 바랐는데…"라며 "이래 가지고야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믿고 생활할 수 있겠나"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 년전 상주 독극물 사건과 유사한 사례를 겪었던 충남 한마을 주민들도 사건 발생 1년이 넘도록 후유증에 시달렸다.
2012년 4월 충남 홍성군 금마면 죽림리 배양마을 간이 상수도 집수장 물탱크 안에서 제초제 '근사미' 300mL 플라스틱병 3개와 살충제 '파단(2kg)' 3봉지가 발견됐다.
마을 주민 250여명이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이곳에 독극물을 탄 '묻지마 식수 테러'가 발생하자 마을은 발칵 뒤집혔다.
홍성군은 즉시 상수도 사용 중단을 결정했지만, 주민 5∼6명이 심한 가려움과 발진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
경찰은 마을주민 전체를 노린 점으로 미뤄 원한관계에 의한 범행 등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였지만, 목격자 증언 및 물증 등 확보에 실패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건발생 1년 후 마을에 광역상수도가 놓이는 등 후속조치가 있었지만, 주민들은 물 얘기만 나와도 자리를 피하는 등 흉흉해진 인심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사이다에 살충제를 탄 사건이 일어난 금계리의 경우 숨진 피해 할머니 2명 외에도 3명이 여전히 중태인 까닭에 추가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경찰이 A 할머니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해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당사자가 강하게 부인하는 등 이유로 수사가 언제 일단락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계리 한 주민은 "A씨가 범인인지를 떠나 마을에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만으로도 주민들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라며 "사건이 마무리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주민들 마음에 쌓인 불신을 치유하는 시간도 길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