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판타스틱영화제는 예측하기 힘든 버라이어티한 내용과 과감한 비주얼을 지닌 작품을 초청해 여타 영화제와의 차별화를 꾀해 왔다. 이에 따라 관객들이 영화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아이콘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안구테러' '어지러움 주의' '카체이싱' '신체변형' '밀실' '초능력' '식인종' '스포츠'까지 8개 장르를 가리키는 아이콘이 추가돼 영화제의 특색을 강화한 모습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에는 각각의 특징에 따라 적게는 한 개에서 많게는 8개의 아이콘이 붙었다. 다수의 아이콘을 얻은 6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 A부터 Z까지 공포 종합선물세트 'ABC 오브 데쓰 2'
영화는 '아마추어'를 시작으로 '오소리' '사형' 등을 거쳐 '접합체' 순으로 마무리된다. 재치 있는 구성이지만, 그리 새롭지는 않다. 'ABC 오브 데쓰'의 속편이기 때문이다. 프로듀서를 맡은 앤트 팀슨과 팀 리그는 어릴 보았던 '개미와 꿀벌'과 같은 알파벳 교육용 동화책을 보고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그에 맞춰 이 영화는 공포영화의 교습서와 같은 느낌이 들게끔 작품들을 배치했다. 정통 호러, 페이크 다큐멘터리, 고어, 클레이 애니메이션, 코믹 호러 등 공포와 관련한 장르를 총출동시킬 뿐 아니라 공포의 강도도 뒤로 갈수록 세지는 형태다.
다양한 장르만큼이나 감독들의 출신도 다양하다. 서양권 감독 일색인 점은 좀 아쉽지만, '유토피아'를 연출한 빈센조 나탈리처럼 익숙한 이름도 만날 수 있다. 공포영화 팬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해설=허남웅)
해당 아이콘은 섹스, 괴물, 귀신, 좀비, 뱀파이어, 장기, 신체훼손, 신체변형.
◇ 고어팬 만족시키는 걸쭉한 비주얼을 유쾌하게 '좀비 홀로코스트'
그러나 그 작은 도시는 이미 이상한 병이 돌고 있어 진료를 받기 위해서만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웨슬리는, 아픈 배우를 남겨두고 촬영 현장으로 돌아온다.
현장에 적응하며 음식 담당 수잔에게 연정을 품는 동시에 감독 스탠리에게 자신이 쓰고 있는 시나리오를 피칭할 기회를 찾던 웨슬리는, 기대 밖으로 이 좀비 영화 촬영 현장에 진짜 좀비들이 등장한 것을 감지한다. 마침 좀비 군중신의 촬영이 있는 날, 현장 스태프들은 좀비에 물려 하나둘 진짜 좀비가 돼간다.
좀비에게 먹히다 잘려나간 사지와 영화 소품들이 뒤엉키고, 좀비로 분장한 많은 엑스트라들과 진짜 좀비들이 뒤섞이며 촬영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해간다. 영화 내내 이어지는 영화제작 현실에 대한 유쾌한 비판과 자조가 고어팬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걸쭉한 비주얼을 꽤나 유쾌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현진)
해당 아이콘은 좀비, 누드, 성기노출, 대학살, 신체훼손, 장기, 안구테러, 코미디.
◇ 고전적 공포도 촬영방식 바꾸니 새롭다 'VHS 3'
'악순환'은 경찰과 의문의 차량 간에 추격전이 벌어지는 도중, 이를 스마트폰으로 찍기 위해 끼어든 젊은 연인이 겪는 이상한 일을, '위대한 단테'는 악마와의 거래를 통해 얻게 된 천재적인 마술 능력을 나쁜 데 쓰는 마술사의 사연을, '평행주의 몬스터'는 일종의 거울 속 세계를 넘나드는 기술을 발견한 남자가 겪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본스트롬'은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일군의 젊은이들이 미신 집단을 만나 벌이는 살육전이다.
LA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기존의 영화 만들기를 지양하고 우리 생활 속에서 쉬이 접할 수 있는 영상 기기로 찍은 것이 특징이다. 악순환은 스마트폰으로, 위대한 단테는 감시 카메라와 같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스타일로, 평행주의 몬스터는 캠코더 영상으로, 본스트롬은 헬맷에 부착한 초소형 카메라로 촬영한 것.
다루는 내용은 새롭다고 할 수 없지만, 라이브한 영상으로 일관하는 이 영화의 촬영 방식은 현장감이 살아 있다는 점에서 현대적이다. 고전적인 이야기도 촬영 방식을 바꾸면 전혀 새로운 스타일로 거듭나는 것이 이 영화가 증명한다. (허남웅)
해당 아이콘은 귀신, 괴물, 뱀파이어, 장기, 신체훼손, 안구테러, 좀비.
◇ 우리는 왜 무서운 공포영화를 보는가? '호러열전'
영화 속 인터뷰에서 학자들은 공포영화 관람이 낯섦, 어두움, 죽음처럼 인간이 근원적으로 갖고 있는 공포를 안전한 구조 속에서 관람함으로써 공포를 통제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보았던 첫 공포영화에 대한 노스탤지어, 인간 본성에 내재된 악에 대한 인식,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재확인, 공포영화 관람과 데이트 성공의 상관관계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가 주장하는 공포영화 지지 일변도의 내용이 반복적으로 전개되는 것은 다소 아쉽다.
공포영화의 거장 존 카펜터와 조지 로메로가 직접 등장하는 장면은 공포영화 팬들에게 깜짝 선물이 될 것이다.
해당 아이콘은 장기, 신체훼손, 신체변형, 좀비, 귀신, 괴물, 식인종.
◇ 천지를 붉게 물들이는 핏빛 축제 '데스가슴'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생활에 지친 우리들에게 이 영화는 화끈하고 짜릿한 일탈의 경험을 선사한다.
왕따 헤비메탈 덕후 소년 브로디가 운명의 단짝 친구 잭을 만나 헤비메탈 밴드를 결성하는데, 이들은 우연히 기이한 저주 들린 악보를 손에 넣는다. 하지만 이들이 그 악보를 연주한 순간, 악마를 가두었던 봉인이 풀리고 주위 사람들은 하나둘 좀비로 변해간다.
이제 온 세계를 좀비로 만들어 버리려는 악령에 맞서 브로디와 잭 밴드의 목숨을 건 전투가 시작된다. 어느 새 이들의 기타와 건반은 좀비 퇴치를 위한 무기로 변하고, 아름다운 소녀 메디아는 좀비와 맞서는 강인한 여신으로 변신한다.
한 손에는 기타를, 다른 한 손에는 사랑하는 연인을 안고 악령좀비들에 맞서는 전장한 영우, 그가 바로 당신이다. (이상호)
해당 아이콘은 대학살, 성기노출, 신체훼손, 좀비, 괴물, 장기, 안구테러
◇ 무서우면서도 정겨운 멕시코 괴담 '멕시코 바바로'
호랑이에게 떡을 다 주고도 결국엔 잡아 먹힌 떡장수 할머니, 억울한 죽음으로 혼령이 돼 떠도는 장화와 홍련 자매…. 하지만 이런 무서운 옛날 이야기들은 어느 새 친근한 동화의 탈을 쓰고 아이들을 꿈나라(때로는 악몽)의 세계로 인도한다.
영화 '멕시코 바바로' 또한 무섭지만 어찌 보면 정겨운 멕시코의 괴담 동화들이기도 하다.
기괴한 자매의 이야기부터 쇼결들의 잔혹하고도 통쾌한 복수담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8편의 공포연작들은 오늘날 멕시코 장르영화의 저력을 확인시켜 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특히 렉스 오르테가, 호르헤 미셸 그라우, 아이작 에즈반 등 멕시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판타스틱 영화제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8명의 젊은 멕시코 감독들의 영화 속에서, 어떻게 멕시코 호러영화의 전통이 변주되고 있는지를 별견하는 기쁨은 장르영화 팬들에게 크나큰 선물이 될 것이다. (이상호)
해당 아이콘은 성기노출, 누드, 섹스, 귀신, 안구테러, 신체훼손, 괴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