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최악이었지만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승리 자판기로 불리며 질타와 동정을 동시에 받았던 시즌 초반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연패로 시작했지만 최근 7승3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조범현 케이티 감독(55)은 16일 잠실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과 원정을 앞두고 다사다난했던 전반기를 돌아봤다. 견디기 힘든 마음고생과 과감한 결정, 비로소 갖춰진 팀 구색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상반기였다.
▲"집도, 야구장도 가기 싫더라"
막내의 첫 발은 힘겨웠다. 출발부터 악몽이었다. 지난 3월28일 롯데와 사직 원정 개막전에서 거짓말처럼 역전패를 당한 것을 시작으로 내리 11경기를 졌다. 창단 팀 최다 연패 신기록의 불명예를 안았다. 4월까지 성적은 3승22패, 역대 최저 승률(1할2푼)의 슬픈 기록들이었다.
5월, 그나마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반짝했지만 크게 사정이 나아지진 않았다. 5일부터 한화와 LG를 상대로 4연승을 달렸지만 이후 7연패, 5월 성적 7승20패였다. 6월 초까지 승률 2할대를 간신히 넘겼다. 어지간한 타자들도 기록할 만한 타율 수준이었다.
조 감독은 "집에도 가기 싫고, 심지어 야구장에도 오기 싫더라"며 당시를 돌아봤다. 거의 매일 지는 경기였으니 그럴 만했다. 누구에게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생팀 감독의 설움이었다.
▲"팀 미래 버렸다? 당장 야구는 해야죠"
방법이 없었다. 워낙 선수가 부족했다. 그럴 만했다. 신생팀인데 선수 영입은 강팀처럼 소극적이었던 까닭이다.
케이티는 지난 2013년 조 감독의 취임 때만 해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모기업 상황이 달라졌다. 의욕적으로 야구단을 창단했던 회장이 바뀌었고,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정부의 압박에 선수 영입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다.
2년 전 스타급 FA(자유계약선수)들을 데리고 오겠다던 큰소리는 온데간데없었다. 구단 수뇌부들이 죄다 바뀌었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박경수, 박기혁, 김사율 등 실속 영입을 했다지만 이들 3명 몸값이 웬만한 FA 1명 수준인 50억 원을 넘지 못했다.
5월 28일 케이티는 또 다시 과단을 내렸다. 외국인 투수 시스코를 방출하고 대신 외국인 타자 댄 블랙을 영입하는 강수였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속설을 깬 것이었다.
조 감독은 "팀의 미래를 버렸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당장 야구 경기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워낙 선수층이 얇아 트레이드를 하려고 해도 내밀 카드가 없었다"면서 "신인 1, 2명이 끼지 않고는 즉시전력감을 데려올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구단 실무진이 나도 모르던 2군 선수들의 기량을 잘 꿰고 있었고,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반등 계기? 블랙이 오면서부터"
5월의 잇딴 깜짝 행보는 6월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포수 장성우가 노련한 리드로 중심을 잡아주면서 차츰 마운드가 안정을 찾았다. 정대현, 엄상백 등 젊은 투수들을 이끌었다. 5점대 후반이던 월간 팀 평균자책점(ERA)는 7월 들어 2점대 후반까지 낮아지기도 했다.
롯데에서 국가대표 강민호에 밀렸던 장성우도 주전을 꿰차면서 비로소 잠재력이 폭발했다. 타선의 무게감을 키웠다. 장성우는 전반기 78경기 타율 2할8푼3리 7홈런 45타점을 올렸다.
조 감독은 "트레이드에 이어 블랙이 오면서 팀이 달라졌다"면서 "이전에는 기회를 와도 적시타가 터지지 않아 지는 경기가 많았는데 이제는 다른 팀에 뒤지지 않을 타선이 만들어졌다"고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공교롭게도 블랙이 팔 부상으로 결장한 15, 16일 케이티는 영봉패를 안았다.)
현재 케이티는 28승57패 승률 3할2푼9리, 여전히 10위다. 하지만 승률 1, 2할대였던 시즌 초반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조 감독은 "시즌 초반은 적응기였다. 선수들이 처음이라 1군 무대에서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 본인들도 몰랐다"면서 "하지만 차츰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체득하고 있다. 장성우를 비롯해 우리는 모두 성장하고 있는 팀"이라고 강조했다. KBO 리그 막내 케이티가 후반기 어떤 모습으로 커나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