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수요에 따라 수시로 매장 배치를 바꾸고,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 거리낌 없이 상품을 내놓을 뿐 아니라, 2년이상 된 재고를 주로 취급하는 창고형 아웃렛 사업을 확대하는 등 높았던 콧대를 꺾고 '생존'을 위해 바싹 몸을 낮추는 분위기다.
◇ '짧고 굵은' 세일에도 매출 고작 1~3%↑…롯데 비상경영 돌입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백화점들의 매출 실적은 참담한 수준이다.
지난달 26일 일제히 시작된 여름 세일 매출을 이달 11일까지 분석해보면, 지난해 여름 세일 같은 기간과 비교해 롯데백화점은 3%, 현대백화점은 2.8%, 신세계는 1.6% 각각 늘어나는데 그쳤다.
애초 내수 침체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을 고려해 기간은 예년보다 7~14일 줄이는 대신 할인 폭과 품목 등을 늘려 '짧고 굵은' 세일로 소비 불씨를 살려보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사실상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결국 롯데백화점은 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비상경영 체제까지 가동했다. 15일부터 매일 오전 7시 이원준 대표이사가 상품본부·영업본부·마케팅부문 등의 본부장급 임원들과 회의하며 매출 활성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대로는 하반기 매출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 특단의 조치라는 게 롯데백화점의 설명이다.
◇ 매장 수시 개편…중국인 겨냥 화장품·명품 강화
우선 백화점 업계는 불황 속에 조금이라도 남은 '소비 수요'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빠르게, 수시로 매장 배치와 브랜드 구색을 바꾸고 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지난 10일 1층에 명품 액세서리 브랜드 '로저비비에(Roger Vivier)'를 입점시킨데 이어 이어 13일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17일에 '페라가모(Ferragamo)'를 리뉴얼(새단장) 개장할 예정이다. 오는 11월에는 '생로랑(Saint Laurent)' 매장까지 새로 꾸며 명품 매장 진용을 완전히 다시 갖출 계획이다.
지난 5월말부터 1층과 지하 1층의 화장품 매장도 전면적으로 손질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화장품 매장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브랜드를 갖춘 곳으로, 연간 매출이 1천600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이미 국내 최대 규모지만 중국인의 수요에 맞춰 3년만에 대대적 개편을 통해 매장 면적과 브랜드를 늘린 것이다.
1층에는 입생로랑, 조말론, 나스, 케이트서머빌 등 주로 명품 화장품 브랜드 매장이 새로 들어섰고 지하1층의 경우 중국인이 선호하는 젊은 감각의 브랜드가 대거 입점했다. 그 결과 입점 화장품 브랜드 수는 52개에서 57개로, 면적은 1천800㎡에서 2천80㎡로 각각 증가했다.
예년에는 상반기, 하반기 각 한 차례씩 1년에 두 번 정기 MD(브랜드 구색과 매장 배치) 개편을 진행했지만, 실적 부진이 길어지자 고객의 수요에 그렇게 느긋하게 반응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빠르게 바뀌는 고객의 니즈(수요)에 맞춰 수시로 매장을 개편해 현 시점에 가장 적합한 쇼핑 콘텐츠를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온라인·모바일 진출, '공장 창고 방출'형 아웃렛 늘려
백화점들이 상대적으로 젊은 고객층이 많이 몰리는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장에 속속 뛰어드는 것도 생존을 위한 주요 전략의 하나다.
1985년 개점 이래 한 번도 온라인에 상품을 내놓지 않았던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은 지난 5월 포털 네이버의 모바일 쇼핑 플랫폼 '샵윈도'에 드디어 입점했다. 현재 샵윈도 내 현대백화점 매장에서는 쿠플스·솔리드옴므·죠셉·파라점퍼스 등 국내외 23개 프리미엄급 브랜드 상품이 팔리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채팅 형태로 매장 매니저와 바로 대화할 수 있는 '1대1 쇼핑톡', '쇼팅톡 결제' 등의 서비스도 제공된다.
아울러 현대백화점은 지난달부터는 SK플래닛의 '시럽' 모바일 앱 서비스와 제휴를 맺고 업계 최초로 현대백화점 모든 점포에서 'U멤버십' 쿠폰 존(지역)도 운영하고 있다. 18~35세 현대백화점 고객이 U멤버십 회원으로 가입하면 쿠폰 존을 지낼 때마다 자동으로 회원 스마트폰으로 할인 쿠폰 등이 전송되는 방식이다.
앞서 지난달 15일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www.gmarket.co.kr)에 명품 중심 백화점 '갤러리아'가 처음 입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의 사건이다. 갤러리아 백화점이 거느린 3천400여개 브랜드, 20만개에 이르는 상품을 대표적 오픈 마켓인 G마켓을 통해서도 팔겠다고 나선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창고형 아웃렛'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5월 22일 인천 중구 항동에 개장한 '롯데 팩토리아울렛 인천점'은 롯데백화점의 15번째 아웃렛이지만 기존 도심형 아웃렛과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생산된 지 2년이상 지난 '장기재고'의 구성비가 60%에 이른다. 일반 도심형 아웃렛의 경우 1년차 재고가 전체의 70~80%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팩토리아울렛 인천점의 평균 할인율(40~70%)도 일반 아웃렛(30~50%)을 크게 웃돈다.
한마디로 백화점이 기존 이미지와 잘 어울리지 않는 '공장 창고 대방출' 형태의 유통 채널을 만든 셈이다.
하지만 롯데는 이 팩토리아울렛이 불황 속에 '더 싼 것'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져 뚜렷한 성과를 내자 고무된 표정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팩토리아울렛의 매출은 개장 직후 10일동안 목표의 50%를 초과 달성했고, 최근(6월 26일~7월 10일)에도 목표보다 5% 정도 웃돌고 있다. 다른 14개 도심형 아웃렛 실적이 내수 침체와 메르스의 영향으로 여전히 목표를 밑도는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롯데의 백화점·아웃렛을 통틀어 팩토리아울렛의 영업 성적이 가장 좋은 편"이라며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앞으로도 팩토리아울렛의 수를 더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