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16일 잠실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케이티와 홈 경기에서 3-0 영봉승을 거뒀다. 전날 11-0까지 연이틀 완벽한 승리로 위닝 시리즈를 장식했다.
전반기 성적은 47승34패, 승률 5할8푼. 1위 삼성(49승34패)에 1경기 차 2위다. 이만하면 상반기 농사는 풍작으로 볼 만하다.
2013년 한국시리즈(KS) 준우승에서 6위로 떨어져 가을야구가 무산됐던 지난해를 감안하면 성공적인 전반기라 할 수 있다. 김태형 감독도 "전반기를 잘 마무리해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이 고생했고 고맙다"면서 "후반기에도 지금 좋은 분위기 잘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안방마님 양의지(28)의 전반기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팀 성적에 대해서는 후한 평가를 내렸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박한 점수를 매겼다. 개인 기록에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도 그랬다.
▲"팀은 좋았다, 그러나 난 60~70점"
일단 양의지는 팀의 전반기에 대해 "우리가 고전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 외로 승수도 많이 쌓고 부상 선수도 없어서 좋았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자신에 대해서는 "6, 70점을 주고 싶다"며 인색했다. 이날 양의지는 홈런 2방 포함, 팀의 3타점을 모두 책임졌다.
올해 양의지는 포수임에도 타율 3할3푼6리로 전체 6위, 팀내 1위를 달렸다. 16홈런 역시 전체 12위지만 두산에서는 1위다. 전체 14위인 59타점도 팀에서는 김현수(62타점)에 이어 두 번째다.
이 기세라면 커리어 하이를 찍을 만하다. 양의지는 지난 2011년 타율 3할1리, 2010년 20홈런 68타점이 개인 최고였다. 올해 타율, 홈런, 타점 모두 당시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양의지는 "타석에서 피하면 상대 투수가 쉽게 볼까 봐 악착같이 붙는다"며 투지를 드러냈다. 이런 정신과 성적인데도 어쨌든 자신의 전반기에 대해선 낙제점을 간신히 넘겼다고 본 것이다.
▲팀 ERA 8위, 블론세이브 최다의 책임감
이는 팀의 포수인 까닭이다. 단순히 자신의 타격만 좋다고 해서 잘 하는 게 아니라 마운드와 수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올해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ERA)이 4.88로 7위에 머물러 있다. 선두 경쟁을 펼치는 삼성(4.48), NC(4.29)와는 차이가 적잖다. 후반기 이들과 경쟁하려면 마운드 싸움에서 비슷하게 가줘야 한다.
더욱이 두산은 전반기 블론세이브가 10개 구단 중 최다였다. 13개로 삼성(5개)의 2배를 훌쩍 넘었다. 뒷문이 이렇게 불안한데도 선두권을 달린 게 신기할 정도다. 투수들의 문제라지만 주전 포수 양의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선지 양의지의 16일 경기 후 첫 소감도 "장원준 형이 던질 때 도움 많이 못 줬는데 오늘 도움을 준 게 기쁘고 형이 잘 던졌기 때문에 오늘 같은 경기를 했다"였다. 본인보다 투수에게 공을 돌린 것이다.
겸손한 소감이다. 더욱이 두산 투수들은 양의지의 리드를 칭찬하는 상황이다. 올해 다승 1위(12승2패)를 달리고 있는 유희관은 경기 후 "양의지의 리드가 좋았다"는 말을 자주한다.
▲"판단은 일러…부상 없이 마친 후에"
더욱이 양의지는 지난해 100경기 출전을 채우지 못했다. 주전 마스크를 꿰찬 2010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었다. 부상 등으로 97경기만 나선 양의지가 없던 31경기는 팀 가을야구 무산의 한 원인으로도 꼽혔다. 전반기에 나름 역할을 했지만 아직 좋은 점수를 유보하는 이유다.
불안했던 불펜과 리드에 대해서도 양의지는 "계속 후반에 맞고 지니까 나부터 '맞으면 어쩌지' 이런 생각보다 편하게 하니까 최근 (불안함이) 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들이 힘있게 던져서 잘 막아주고, 좋은 말을 서로 많이 해주고 그게 힘이 돼서 잘 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 뒤 양의지의 평가는 어떻게 달라질까. 과연 후한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 그의 후반기가 궁금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