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새누리당이 30년 전 도로 민정당으로 회귀했다"고 비판하면서 야당에 던진 일침이다.
친박·비박계를 떠나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물어보면 한결같은 대답은 "야당이 제발 야당다워졌으면 좋겠다. 야당이 단결해 강한 모습을 보이면 우리가, 청와대가 어찌 할 수 없는데 야당이 저 모양이니 우리가 개판을 쳐도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수도권이 어렵다고 제아무리 우는 소리를 해도 내년 선거는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며 "가장 큰 이유는 야당이 지리멸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진보를 가릴 것 없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정치학자들은 '야당이 너무 못하니까 정치적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를 맡으면 뭔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5개월이 지난 문 대표 체제에도 별로 변한 것이 없는 듯한 야당의 체질상을 노정하고 있다.
친노 인사들은 문재인 체제가 되면 야당에 질질 끌려가던 그간의 야당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강력한 수권 야당의 면모를 갖출 것이라고 장담했다.
문재인 대표가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하던 지난해 12월 친 문재인계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에 맞설 강한 야당을 위해선 문재인 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며 범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세균 의원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다.
한 친노계 의원은 당시에 '문재인 당 대표가 되면 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면서 당 지지율도 30%를 상회할 것이고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인 국정운영을 하지 못할 것이며 공직 사회도 야당 쪽에 기웃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의 야당 상황이 과연 그의 예상대로 가고 있는가?
계파 갈등은 더 심해져 분당 위기에 돌입한 지 오래됐고, 당의 단합은커녕 사분오열 직전의 상태다.
가장 중요한 야당의 리더십이 실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표의 목소리가 당내는 물론이고 국민에게도 소구력(어필)을 갖지 못하고 있다.
엄연한 현실인 당 내 계파를 인정하고 아우르는 정치력이나 정국을 주도하는 돌파력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다.
4.29재보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지는 않더라도 선거 패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당을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끌고가야 하는 지에 대한 적확한 진단조차 보이질 않는다.
친노 인사마저 "당이 이대로 가다간 큰 일 난다"는 말을 서슴없이 던진다.
혁신위가 사무총장직을 폐지하든, 최고위원의 권한을 축소하고 당 대표 권한을 확대하든, 선거 출마자들을 평가하든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을 하지 않아서 현재처럼 파산 직전의 상태로 내몰린 것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성찰을 바탕으로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인정하는 화합 의식과 철저한 정파와 계파주의에 찌들었던 과거에 대한 자기반성과 고백, 참회록을 쓰는 것이 먼저였다. 친노계가 앞장서면 비노계는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
초선이 3,4선 의원들을 우습게 알고, 다선 의원들은 초재선 의원들로부터 ‘모멸감’을 받기 싫어 꺼리고 피하는 각자도생의 당 모습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달라질 것 같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선거 패배는 불문가지이고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견제 한 번 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와 메르스 사태, 국정원의 총선·대선 직전 해킹에 이르기까지 야당의 정치 호재가 쏟아지는데도 야당의 역할은 보이질 않는다.
세월호 시행령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특검 도입과 메르스 무능에 대한 국정조사조차 성사될 가망이 없다. 오히려 최경환 경제팀의 추경 요구에 휘둘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청년 실업과 서민들의 핍박한 삶을 달래줄 당 차원의 묘책을 내는 것도 아니고 표피적인 대책을 내놓더라도 실행력은 의심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경제관련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는 바람에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경기 침체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고 있으나 변변한 항변조차 못하고 있다. 청와대를 조목조목 비판할 역량이 없어 보인다.
지난 1998년과 1999년 IMF체제를 대처하는 김대중 정부의 각종 경제개혁 정책이 당시 한나라당의 한 명의 국회의원에게 제지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당대 최고의 경제통이라는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헌재 금감위원장이 국회에서 판판히 당했다. 이한구 의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의 130명 의원들 가운데 재정과 금융, 예산, 투자 등 경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다. 강봉균·김진표 전 경제부총리 같은 의원들이 없다. 그렇다고 뛰어난 경제학자 출신도 없다. 2012년 한명숙 대표 시절 공천 실패의 덫에 걸린 증표다.
국정을 견제하거나 수권을 담지할 능력은 보이질 않는데도 당 내 계파·정치 투쟁은 일등감들이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경력자들이 당 내에 너무 많다.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와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이 '못해도 너무 못한다'며 사사건건 딴죽을 걸며 당의 분열을 재촉했던 친노 인사들은 문재인호 출범 뒤엔 비노계가 도와주지 않아 '당이 이 모양, 이 꼴'이라고 책임을 전가한다.
'갈라서면 공멸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야당사의 자명한 진리인데도 일각에서는 '나갈 테면 나가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나가겠다고 드러내놓고 천명하는 의원들도 여럿이다. 당의 기강이 제대로 섰으면 해당 행위자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무너지는 서까래를 혼자 버틸 수 있느냐며 함께 떠받치자는 목소리조차 사라지고 있다. 서까래가 흔들리면 기둥도 무사하기 힘들다.
'야당이 강해야 여당이 바로 서고, 청와대가 국민을 두려워한다'는 말은 우리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는 일종의 정치 공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