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15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병호 원장이 전날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전날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 회의에서 이병호 원장은 이탈리아 소프트웨어업체(SW) 해킹팀((Hacking Team)으로부터 인터넷·스마트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실을 시인하며 해킹프로그램 구입을 지시한 인물로 사실상 원세훈 전 원장을 지목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어제 정보위에서 대화를 나눴을 때 이 원장은 지금 해킹프로그램 구입에 대한 사실 관계를 잘 모르고 있었다"며 "'그걸(해킹프로그램 구입 및 운영) 누가 결정했겠느냐?'라는 질문에 이 원장은 '현재 원장으로서 판단컨대 그 정도의 권한은 원장일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대한 광범위한 도감청이 가능한 해킹프로그램 구입과 운영이 이뤄졌다면 당시 원장이었던 원세훈 전 원장이 지시했을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우리가 문제 삼고 잇는 것은 2012년 1월에 도청장치를 도입해 온 것"이라며 "그전까지는 불법행위였기 때문에 (국정원이) 전혀 도입할 의사가 없었던 물품을 2012년, 다시 말하면 원세훈 원장이 댓글부대를 운영하고 불법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던 일들이 실제 벌어졌던 그 당시에 이것을 도입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선 전후에 해킹프로그램을 도입해 사용했다면 야당 인사들이나 상대 대선 캠프를 향해 공작이 진행됐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예상할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 김 의원은 "당시 그럴 여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댓글부대를 운영했던 원세훈 체제의 국정원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상식적인 방법 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특히 해킹프로그램 구입과 운영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해킹프로그램 사용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에 이메일로 얘기를 할 때 이것이 대한민국에서는 불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하는 이야기들을 계속 주고받기도 한다"며 "국정원은 불법행위라고 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계속 진행했다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국정원은 "내국인에 대한 해킹은 없었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 보고를 받은 직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해킹프로그램 구입 목적은 대북 해외정보전을 위한 기술분석과 전략수립을 위한 연구개발용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하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국정원이) 해킹프로그램을 활용할 이유도 없고, 활용하지도 않았다. 해킹을 했다면 어떤 처벌도 받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정원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대선을 코앞에 둔 2012년 12월 6일, 해킹팀에 30개 목표물에 대한 해킹프로그램을 추가로 주문한 사실 등 국정원의 해명과 배치되는 의혹들이 속속 제기되면서 국정원의 국내 사찰 의혹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