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차이는 없지만 차별은 있다"…연평해전과 세월호

전사자 격상과 순직자 인정은 '숭고한 죽음'에 대한 존경

◇ "순직자와 전사자의 죽음에 무슨 큰 차이가 있겠느냐?"

제2 연평해전으로 꽃다운 젊은생명을 서해바다에 바친 해군용사 6명의 죽음을 더욱 가치있게 승화시키는 노력이 진행중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 해군장병 6명을 순직자에서 전사자로 격상하는 법안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법안처리는 일단 불발됐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제2연평해전 전투수행자에 대한 명예 선양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안'과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군인연금법 개정안'이다.

불발 배경에는 국방부의 곤란한 입장이 있다.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형평성 때문이다.

제2 연평해전 순직자를 전사자로 격상시켜줄 경우 6·25 한국전쟁 이후 숨진 238명에 대한 소급보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도 예산문제를 들어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순직자와 전사자의 죽음에 무슨 큰 차이가 있겠느냐? 결국에는 정치적 정책적 판단의 문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순직장병에게는 3,650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되고 전사장병에게는 5배가 넘는 2억원의 보상금이 주어진다.

여야 대표는 물론 황교안 국무총리까지 나서 연평해전 용사들을 전사자로 예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연평해전 전사자 격상문제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순직자 인정 외면은 또 다른 차별

지난 1일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기간제 교사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의 순직 인정 촉구 기자회견'에 고 김초원 선생님의 아버지 김성욱씨(왼쪽), 고 이지혜 선생님의 아버지 이종락씨가 참석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여기에 외면받는 또 다른 죽음이 있다. 세월호 참사 때 숨진 단원고등학교 교사 2명의 경우다.


두 교사는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된 학생들과 끝까지 함께한 스승이었다. 탈출이 쉬웠던 5층 객실에 있다가 4층으로 내려가 학생들의 탈출을 돕다가 숨졌다는 사실이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그러나, 두 교사는 순직자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 때문이다.

"기간제 교사는 정식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순직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인사혁신처의 입장이 반영됐다.

기간제 교사는 일반근로자로 구분돼 공무원연금을 내지 않고 국민연금과 산재보험 등 4대 보험료를 납부한다.

순직자로 보상을 받는 것이나 일반인으로 산재보상을 받는 것이나 금액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순직자로 되면 '숭고한 죽음'으로서 법적으로 당당히 인정받는다. 국가유공자로도 대우받는다.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56) 씨는 13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꼭 돈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딸도 정규직 선생님처럼 똑같은 명예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지, 매달 연금 몇 십 만원 받으려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성욱 씨는 시민 9만명의 서명을 들고 14일 인사혁신처를 찾아 순직자 인정을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김초원 교사는 26살, 이지혜 교사는 31살이었다. 연평해전 장병들과 마찬가지로 꽃다운 나이였다.

연평해전 전사자나 세월호 참사 두 교사의 죽음이나 모두 가치있는 숭고한 죽음이다.

그래서, 죽음에 차이는 없다. 그러나 차별은 있다.

"기간제 교사였다는 이유로 죽어서도 차별을 받아야 하느냐?"는 김성욱 씨의 말이 현실이 돼서는 안되는 이유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