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팀 선수들은 강한 집중력을 코트에서 선보이며 승리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회는 선수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바로 마퍼(mopper)입니다. 마퍼는 걸레로 바닥을 닦는 사람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입니다. 이들은 실제 경기에서 경기가 중단될 경우 재빨리 코트에 떨어진 선수들의 땀을 닦고, 코트를 정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번 KOVO컵에서 마퍼는 청주 각리중 배구부가 맡았습니다. 이들은 코트를 멋지게 누비는 선배들을 보며 ‘미래의 국가대표’를 향한 꿈을 키웠습니다. 그 중에 유독 큰 키로 눈에 띄는 마퍼가 있었습니다. 각리중 배구부의 3학년 양희준(16)이 주인공입니다.
현재 신장이 196cm에 달하는 양희준은 한국중고배구연맹에 등록된 중학생 배구선수 가운데 최장신입니다. 배구를 시작한 지 2년밖에 안됐지만 키는 또래 가운데 1등입니다. 당연히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체격조건입니다.
사실 양희준은 또래보다 배구를 늦게 시작했습니다. 대부분 프로 선수가 초등학교, 늦어도 중학교 1학년에는 배구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양희준은 중학교 3학년 때 운동선수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13일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난 양희준은 “배구를 시작하기 전까지 학교에서 하는 스포츠 클럽 활동을 열심히 했다. 그때는 농구를 주로 했다”고 했습니다. “평소 아빠와 대전 배구장 자주 다녔다”는 양희준은 “평소 배구가 궁금했는데 마침 배구를 해보지 않겠느냐 제의를 받았고 고민 없이 결정했다. 부모님도 하라고 후원해주셨다”고 뒤늦게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소개했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운동을 시작했지만 양희준은 탁월한 신체조건을 갖춘 덕에 가능했습니다. 양희준은 운동하기 전인 중학교 2학년 때 이미 키가 187cm까지 자라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 키가 컸습니다. 아버지가 183cm, 어머니도 171cm로 성인 남녀 평균보다 큰 신장을 자랑하는 영향입니다. 운동을 시작한 뒤에 1년 만에 10cm가 더 자란 덕에 조만간 2m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년의 짧은 배구 경력에도 양희준은 이미 여러 고난을 겪으며 국가대표 배구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고향인 대전에서 평범함 학생으로 학교를 다니던 자신을 스카우트한 중학교 배구팀이 내부 사정으로 해체되며 양희준은 스스로 새로운 팀을 찾아 각리중 배구부에 입단했습니다. 2년째 양희준이 중학교 3학년인 이유입니다.
열심히 훈련하는 이유를 묻자 “주변에서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서 틈이 날 때마다 야간 운동을 하고 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양희준은 “원래 몸이 말랐는데 배구를 하면서 먹을 것도 많이 먹고 운동도 하면서 몸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팀에 피해를 주지 않고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중학생답지 않은 성숙한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형의 모습을 지켜본 양희준의 초등학교 6학년 동생도 배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질 정도입니다. 13살 동생도 키가 170cm로 뛰어난 체격조건이지만 양희준의 부모는 운동하는 자식은 한 명이면 충분하다며 동생의 운동을 반대한다고 합니다.
부모가 동생의 운동을 반대하는 이유도 알 것 같습니다. 사실 양희준은 운동하기 전 다니던 학교에서 같은 반 40명 친구 중에 10등을 할 정도로 공부도 썩 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고 나서는 전학한 학교에서 30명 중에 20등으로 성적이 조금 떨어졌다고 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양희준은 배구선수로 미래가 창창하다는 것이 배구계의 분석입니다. 운동을 시작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여러 고교 배구팀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키카 큰 덕에 센터 포지션에서 경기하지만 선수 본인은 날개 공격수가 되고 싶어 합니다.
오은광 각리중 코치도 “희준이는 신장도 신장이지만 습득 능력이 상당히 빨라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면서 “지금은 키가 커서 센터를 하고 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공격수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다. 시작은 늦었지만 배구선수로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센터의 역할에 소홀한 것은 아닙니다. 오은광 코치는 “키도 크지만 블로킹을 잘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프로 감독들도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예쁜’ 손의 모양도 훌륭하다는 평가입니다. 오 코치는 “고등학교 팀들도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고 희준이를 스카우트하려고 한다. 그래서 희준이에게는 진학을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선수로서 자기 관리에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다”고 제자의 성장 가능성에 크게 주목했습니다.
배구계의 큰 기대를 한몸에 받는 양희준은 고희진(삼성화재)을 롤 모델로 꼽았습니다. “항상 동료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득점하면 많이 기뻐하며 팀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국 배구의 미래를 이끌 가능성이 큰 재목의 등장에 모처럼 배구계는 상당히 기뻐하고 있습니다. 양희준이 주위의 기대처럼 한국 배구를 대표할 선수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