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삼성 중공업의 사내 협력 업체 A사에서 10년 동안 근무했다는 김모씨가 지역일반노조 사무실을 찾아왔다. 이어 김씨는 자신이 맡았던 업무에 대해 양심선언을 했는데, 그 내용은 노조를 놀라게 했다.
최근 A사에서 발생한 수십 건의 산업재해 대부분이 상부의 지시하에 은폐됐다는 것. 그러면서 김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직원의 명단 등 구체적인 증거물을 제시했다.
김씨는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A사가 숨겨 온 산업 재해자는 지난 2012년 8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3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A사가 인근에 있는 병원과 말을 맞춰, 다친 직원의 치료비를 일반 의료보험으로 처리했다"라며 "부상 정도가 심한 응급 환자를 구급차가 아닌 작업용 트럭을 이용해 병원에 후송하는 방법으로 직원이 다친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삼성 중공업 등 원청 업체들은 협력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공용 구급차를 의무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A사는 직원의 부상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었다.
이 같은 제보를 접한 지역일반노조는 이 사실을 부산고용노동청 통영지청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김씨가 제출한 명단이 확인되지 않은 자료라며 김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A사의 관계자는 "해당 명단은 근무 중이 아닌 개인적인 이유로 다쳤거나 큰 부상이 아니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공상처리 한 내용"이라며 "사측과 갈등을 빚었던 김씨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명단을 가지고 회사에 흠집을 내고 있다"라며 라고 반박했다.
관계자는 김씨에 대한 법적인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는 해당 업계에 만연한, 산업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관계자들은 주로 일용직이나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은 업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협력 업체 역시 원청 업체와의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눈 밖에 나는 행동을 숨겨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산업재해 은폐 시도는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라며 "원청 업체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협력사 등에 산업 재해 예방 시설이나 각종 비용을 미루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한 노무사는 "현행법상 협력 업체는 근무 중 직원이 다칠 경우 이를 원청 업체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라며 "이 같은 갑질을 막기 위해 원청 업체에도 산재 사실을 조사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어 고용노동청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