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朴대통령 '심판'발언 선거법 위반 아니다"

"정치적 의견 표명…선거에 영향 미치는 행위로 볼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언급한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 나왔다.

중앙선관위는 13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헌법재판소의 결정, 관련 사례 등을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 김정곤 중앙선관위 대변인이 브리핑 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날 회의는 지난 2일 새정치민주연합이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규정 등을 위반한 것인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한달에 한번 열리는 회의와는 별도로 소집됐다.


선관위는 이달 초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으로부터 관련 자료 요구를 받고 실무 차원의 검토를 거쳐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라고 회신했으나 야당에서 공식적인 질의까지 해온 상황인 만큼 전체회의를 거쳐 이같은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선관위원들은 약 3시간에 걸친 회의에서 각자의 의견을 개진한 뒤 합의를 도출해낸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는 보도자료에서 "지난 6월25일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그 발언의 전체 내용과 맥락을 살펴보면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정치권의 국회법 개정안 등 일련의 법안처리 과정을 비판하면서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문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정치적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제9조(공무원의 중립의무 등) 제1항 및 제85조(공무원 등의 선거관여 등 금지) 제1항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선관위에 제출한 유권해석 요청서에서 "박 대통령의 6월 25일 국무회의 발언은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관한 규정', '공무원의 직무·직위를 이용한 선거 영향력 행사 금지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인물특정 문제 ▲선거 임박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를 이용해' 계획적이고 준비된 발언 ▲선거에 영향력 행사 ▲부당한 영향력 등 5가지를 꼽았다.

이같은 5가지 기준은 2004년 3월3일 선관위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방송기자클럽 기자회견(2004년 2월24일) 발언에 대해 선거법 위반 결론을 내렸을 때 적용했던 기준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해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 등 관권선거개입 및 사전선거운동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선관위는 과거 노 전 대통령 사례와 비교하기엔 기본적인 '발언 수위'에서부터 차이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 전 대통령이 선거중립의무 준수를 요청받았던 당시 발언은 선관위가 "대통령이 특정 정당의 지지를 유도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를 제시할 만큼 구체적이었지만, 이번 박 대통령의 발언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인물'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선관위가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데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박 대통령의 당시 발언이 원칙적 수준의 말로 선관위의 이번 결정은 당연한 결과라는 분위기를 보였다. 한 인사는 "당연한 결론이므로 입장을 낼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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