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건강·의료 방송'은 왜 태어나나

방심위 '방송의 건강·의료 정보 과연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TV에서 방송·건강 프로그램이 급증하고 있다. 방송을 통해 의료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를 시청자가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순기능은 있지만, 문제는 특정 식품이나 치료법에 대한 과장이 심해지면서 피해 역시 급증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

실제로 2015년에 들어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한 건강·의료 정보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제공 사진)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진행한 '방송의 건강·의료 정보 과연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정재하 방심위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13건에 불과했던 건강·의료 정보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사례가 2015년 상반기에만 무려 46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중 94%에 해당하는 43건이 '의료행위 등'과 관련한 조항 위반으로 권고 조치 또는 법정제재 조치를 받았다.


모두 '의료 행위나 약품 등의 효과에 대해 단정적으로 표현을 금지'(42조 제4항)하고,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에 대한 특정인의 사례를 일반화하는 것을 금지'(제5항)한 경우를 위반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해야 할 방송이 이런 일을 범하는 이유는 뭘까. 사실상 시청률과 제작비 탓이 크다.

정 연구위원은 건강·의료 정부 프로그램을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는데, 오락적 흥미를 배제하고 검증된 정보만을 전달하는 '교양형'의 경우 시청률이 낮아 광고 수익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 경우 제작자들은 불법 협찬이나 광고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 결국 관련 출연자나 물품의 방송 노출을 통해서 직·간접적인 광고 효과를 기대하려 한다는 것.

반대로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적당 수준의 오락성을 동시에 제공하는 경우, 객관적이지 않거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건강·의료 정보를 흥미 위주로 제공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반면 건강 상식 수준으로 정보를 단편적으로 제공학고 오락성을 높인 경우에는 사실을 왜곡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제공하는 건강 정보 수준이 낮아, 일반 오락프로그램이나 다름없다.

KBS1 '생로병사의 비밀'이 그나마 전문성과 오락성을 겸비한 (이론적으로는) 바람직한 형태의 의료.정보 프로그램으로 꼽혔는데, 사실상 공영성이 높은 KBS를 제외하고는 현실적으로 제작·방송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연구위원은 개선 방향으로 ▲방송사의 '사전 자체 심의'를 강화 ▲관련 전문가 협회 또는 학회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려 전문성과 정확성을 제고하는 환경 조성 ▲'의료 행위와 관련한 건강 정보'의 볌위를 프로그램의 장르 특성에 따라 구체적으로 설정 ▲건강 프로그램이 사실과 의견을 철저하게 구분하여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그는 "방송의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KBS를 비롯한 공영방송사들이 수준 높은 건강 관련 정보에 대한 시청자의 수요를 보다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상업성에 기반을 둔 일반 PP들이 전문적 건강정보를 지니면서도 시청자가 흥미를 갖고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에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날 참석한 패널들은 정 연구위원의 의견에 동조하면서도 방심위의 엄격한 심의를 요구했다.

최은주 서울 YWCA 소비자환경팀 부장은 "심의위는 건강의료정보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고 심의결정사항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벌칙을 강화하는 등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시청자의 건강 문제가 달린 만큼 방심위가 시청자 입장에 서야 한다"며 "규제를 강화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