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 '더 리치'가 던지는 물음이다. 이 영화는 극한 상황에 처한 한 청년의 생존을 위한 사투를 통해, 승자의 모든 행위가 용서 받는 비뚤어진 세상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최고기온이 54도까지 올라가는, 물 없이는 한 시간 이상 살 수 없는 사막 더 리치로 사냥을 떠난 거물급 사업가 매덕(마이클 더글라스)과 현지 베테랑 가이드 벤(제레미 어바인). 작열하는 태양 아래 사냥감의 실루엣을 본 매덕은 값비싼 총의 방아쇠를 당겨 명중시킨다. 그런데 그 실루엣은 사냥감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중요한 사업 계약을 앞둔 매덕은 자신의 살인이 계약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걱정하며 돈으로 벤을 매수하려고 한다. 매덕이 벤에게 제시한 것은 막대한 부와 창창한 미래. 하지만 자신의 초라한 삶 앞에서 갈등하던 벤은 결국 지역에서 어릴 때부터 봐 온 이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양심을 지킨다.
이에 격노한 매덕은 벤을 벌거벗긴 채 사막 한가운데로 내몬다. 매덕이 벤에게 말한다. "난 널 직접 죽이지 않아. 네가 이 뜨거운 사막을 헤매면서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거야."
영화 더 리치는 하나의 진실을 두고 '덮으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덮으려는 자는 탐욕에 찌든 자본가이고, 밝히려는 자는 불확실한 미래에 고개 숙인 청년이다. 둘의 대립은 자본 권력과 순수한 인간성의 싸움은 물론 구세대와 신세대의 싸움, 거대한 자연과 미약한 인간의 싸움으로도 읽힌다.
이러한 대립 구도는 사막이라는 극한의 공간과 만나게 되면서 긴장감이 한껏 끌어올려진다. 그 사막이 약육강식, 승자독식 논리가 맹위를 떨치는, 자연상태와 같은 지금 세상에 대한 은유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한 매덕 역의 마이클 더글라스는, 현대인의 다면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선보여 온 배우다. 그는 이번에도 자신의 필모에 걸맞은 뛰어난 악역 연기를 선보인다. 특별히 언성을 높이지 않아도, 팔 등을 크게 휘두르지 않아도 뿜어져 나오는 독기는, 나이 일흔을 넘긴 그가 여전히 "쓸모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돈이 곧 진리'가 된 세상에 살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지키려는 영화 속 청년 벤의 앞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험난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은 결국 그를 응원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현실의 상황과는 다소 거리가 멀더라도, 우리네 가슴속에는 '정의는 언젠가 승리한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작은 희망들이 모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온 것이 인류사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저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진 사막, 그 끝 모를 길을 걷는 청년이 물질만능의 세상을 지나서 보다 나은 미래로 향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영화, 더 리치다.
16일 개봉, 92분 상영,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