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까지 선수로 활약했던 최태웅 감독은 코치 경험 없이 곧바로 감독을 맡아 현대캐피탈을 이끌게 됐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의 첫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태웅 감독 체제로 경기하는 현대캐피탈은 절대적인 선수 숫자가 너무 부족하다.
외국인 선수 오레올이 포함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KOVO컵에 출전하는 국내 선수의 숫자가 가장 적은 12명이다. 초청팀인 신협 상무(15명)보다 적은 숫자다. 새 시즌 V-리그 등록 선수는 대한항공도 현대캐피탈과 같은 12명이지만 수련선수도 출전할 수 있는 이 대회의 특성상 대한항공은 레프트 양안수도 출전 명단에 포함했다. 이 때문에 현대캐피탈이 남자부에서 가장 적은 출전 선수로 KOVO컵을 치른다.
더욱이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세터가 2년차 노재욱과 이승원 2명뿐이다. 이승원은 지난 시즌부터 현대캐피탈에서 경기했고, 노재욱은 지난 4월 레프트 공격수 정영호와 함께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서 베테랑 세터 권영민과 2대1 트레이드돼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사실상 이번 KOVO컵이 현대캐피탈에서의 첫 공식 데뷔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현대캐피탈은 이번 KOVO컵에 이승원 없이 노재욱이 홀로 경기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다. 훈련 중 발목을 다쳐 깁스를 한 채로 벤치가 아닌 관중석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현대캐피탈의 ‘선수난’은 비단 세터에 국한되지 않는다. 레프트가 임동규, 박주형, 김재훈까지 3명이지만 임동규는 여전히 부상 중이다. 라이트는 문성민과 송준호, 센터는 플레잉코치 윤봉우와 최민호, 진성태가 전부다. 리베로 역시 플레잉코치 여오현과 신동광으로 12명을 채웠다.
이날은 윤봉우도 코치로 벤치에 앉은 탓에 현대캐피탈은 선수 9명으로만 경기했다. 그나마 간판 공격수 문성민도 부상 여파로 온전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문성민도 백업 리베로 신동광과 함께 웝엄존에서 몸을 풀며 경기의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결과는 세트 스코어 1-3(22-25 25-23 15-25 23-25) 패배. 제한된 선수 구성에도 박주형(19득점)과 송준호(14득점), 최민호(11득점), 진성태(10득점), 김재훈(6득점)이 제 몫을 하며 화력 싸움에서는 박성률(20득점)과 서재덕(14득점)이 분전한 한국전력을 앞질렀다. 하지만 문제는 39개나 된 범실이었다. 한국전력도 22개로 적은 편이 아니었지만 현대캐피탈의 범실이 워낙 많았다.
아쉬운 패배에도 최태웅 감독은 침착했다. 스스로 ”감독하고 첫 경기라 긴장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차분했다. 선수 기용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선수 기용에 머리를 안 써도 되니까 오히려 더 편했다”고 미소를 보였다.
최태웅 감독은 웃었지만 분명 패배는 아쉬웠다. 최태웅 감독은 “오늘 경기는 우리가 3-1로 이겼어야 했다. 우리 범실이 40개 가까이 되니까 이길 수 없었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이유가 있는 패배라는 점에서 미래를 기약할 수 있었다.
최태웅 감독은 “새 시즌을 앞두고 서브에 변화를 주고 있다. 그것 때문에 범실이 25개 가까이 나왔다”면서 “과거에는 플로팅 서브를 4명이 때렸는데 이제는 2명 빼고는 모두가 스파이크 서브를 하고 있다. 이번 KOVO컵에서는 지더라도 선수들을 믿고 계속 변화된 서브를 유지할 것이다. 올 시즌의 중점은 바로 서브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경기에서 범실 때문에 패했지만 범실은 보완할 수 있다. 우리는 선수 구성이 좋아서 이 선수들이 가진 것을 단 몇 퍼센트라도 이번 KOVO컵에서 끄집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