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선수라면 누구나 자기 팀 감독에게 듣고 싶은 말일 것이다. 평소 주전으로 활동하던지, 아니면 후보로 활동하더라도 자기 팀 감독에게 인정받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 특히나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선수가 감독에게 칭찬을 받는 것만큼 좋은 ‘보약’이 있을까.
12일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에 출전한 고현우(삼성화재)와 공윤희(흥국생명)는 경기 후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과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으로부터 나란히 “배구를 참 잘하는 아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자신의 감독 데뷔전에서 우리카드를 세트 스코어 3-1로 꺾은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2013~2014시즌 수련선수로 입단해 꾸준하게 백업선수로 활약했던 고현우(9득점)를 이 경기의 수훈 선수로 꼽았다.
임 감독은 “(고)현우는 배구를 잘한다. 오늘 경기에서도 현우가 가장 잘했다”면서 “밀어치거나 연타를 때려야 할 때를 잘 알고 있다. 자기 역할에 가장 맞는 활약을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6명이 코트에 나서면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해야 하는데 한 명이라도 엇박자가 나면 경기가 안 풀린다. 그런 면에서 현우가 잘한다. 현우는 지금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다만 임 감독은 186cm로 삼성화재 선수단 가운데 키가 작은 편에 속하는 고현우가 리시브가 약해 이 점을 보완하고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키가 작은 선수가 리시브를 주로 담당하는 것과 달리 고현우의 경우는 그와는 반대라는 것.
“(고현우가) 키가 작은데 리시브가 약하다. 점프 서브는 잘 받는 편인데 플로터 서브에 특히 약하다”면서 “이 부분만 나아진다면 리그에서 레프트 공격수로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큰 기대감을 선보였다.
감독의 특급 칭찬에 고현우는 “감독님이 미친 듯이 자신 있게 하라고 하셔서 형들을 믿고 했다”면서 “형들도 키가 작으니까 기본기가 좋아야 한다고 조언을 해줘서 비시즌에 연습도 많이 했다. 키가 작아서 남들보다 수비나 리시브, 2단 토스 같은 기본기를 더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굳은 각오를 선보였다.
공윤희는 지난 2013~2014시즌 여자부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발목을 다쳐 사실상 입단 첫해는 물론, 지난 시즌까지 온전한 활약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GS칼텍스와 KOVO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 나선 공윤희는 3세트를 모두 소화하며 8득점을 기록했다. 이재영(17득점)과 김수지(13득점), 김혜진(9득점)에 이어 흥국생명 내 득점 순위에서 네 번째로 절대적인 수치에서는 크게 돋보이지 않았지만 공윤희에게는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득점이었다.
박미희 감독은 “오늘 (공)윤희가 괜찮은 경기력을 보였다. 실수의 유무를 떠나 2년 만에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것 같다”면서 “그래서 오늘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텐데 서브 리시브까지 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많았을 것이다. 이제부터 계속 두들겨 맞고 이겨내야 한다”고 격려했다.
육상선수 출신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배구선수로 전향해 센터와 라이트를 겸했던 공윤희에게 레프트로의 전향, 그리고 서브 리시브는 새로운 도전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윤희는 고등학교 때부터 배구를 잘했다. 그래서 레프트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트와 센터를 하다 레프트를 하니까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는 공윤희는 감독이 칭찬에도 자신의 이날 경기 점수를 100점 만점에 55점을 줬다. 스스로 부족했던 서브 리시브에 45점이나 깎았다.
공윤희는 ”아직 많이 부족해 보완할 점이 많다. 서브 리시브를 보완해야 하고 상대 공격에 따라 수비하는 것도 달라지기 때문에 연습을 더해야 한다. 그래도 연습 때는 잘했는데 실제 시합 때는 잘 안 된다”며 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