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아래 절친한 후배 김광한(69) 씨를 떠나보낸 '자니 브라더스' 출신 재즈 뮤지션 김준(71) 씨는 마음이 착잡한 듯했다. 고인을 떠올리면서 몇 차례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1980~90년대를 풍미한 명DJ 김광한 씨는 지난 9일 심장마비로 세상과 작별했다.
두 살 터울인 두 사람은 사이가 각별하다. "며칠 전에도 잠깐 만나서 차 한 잔씩 나눴어요. 제가 운영하는 재즈클럽에서 DJ를 해주기도 하고 저와 음악적 교류가 많았죠. 제가 60년대에 지금 종로2가에 있는 뉴월드 음악감상실에서 DJ로 활약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고인 뿐이에요."
김준 씨는 "음악적 성향이 비슷해서 그런지 공연장에서 우연히 만날 때가 많았다. 팝 프로그램에서 선곡하는 음악도 마음에 들었다. 개성있게 선곡해서 저는 참 좋아했다"고 웃었다.
그는 고인이 진행하던 음악프로그램에도 수 차례 출연했다. "고인이 그래요. '자기 성격이 괴팍하고 고집이 세서 사람들이 자기를 안 좋아한다'고. 저는 오히려 고인의 그런 점이 좋았어요."
김준 씨 기억 속의 고인은 정이 넘치는 후배다. "본인도 심장이 안 좋은데 저를 만나면 제 건강 걱정을 그렇게 해줘요. 몸에 좋다는 걸 구해서 갖다주기도 하고. 참 고마운 동생이었는데…."
고희를 앞둔 나이이지만 음악에 대한 고인의 열정은 지칠 줄 몰랐다. "만나면 만날 '이거 해봅시다, 저거 해봅시다' 그래요. 제가 최근 오픈한 재즈클럽에서 격주로 DJ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자는 얘기도 같이 나눴는데…."
고인의 영정에 있는 위패 왼편으로 악보와 드럼 스틱이 놓여져 있다. 김광한 씨의 아내 최경순 씨는 "고인이 드럼 연주회를 열겠다며 연습을 했었다"고 전했다.
김준 씨는 "고인이 '악기 하나쯤은 다루고 싶다'고 늘 얘기했다. 그래서 노래와 연주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드럼을 배워보라고 했다. 드럼 참 좋아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삼육의료원 추모관 203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일 오전 10시, 장지는 성남영생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