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쟁이 같다고요? '시골처녀' 오연서의 진심

[노컷 인터뷰] "논란 생기면 마음 아파…생긴 것에 대한 오해 힘들다"

배우 오연서. (웰메이드 예당 제공)
벌써 두 번째 만남. 오연서는 수수한 옷차림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편한 반팔 티셔츠에 바지를 입은 그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듯 마지막 인터뷰 시간을 보냈다. 즐거운 때는 함께 웃고, 답답하면 속을 풀 듯 한숨을 쉬어가며.

지난해 11월 '왔다! 장보리' 인터뷰 이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연말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동시에 표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잠시 휴식을 가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연서는 곧바로 '빛나거나 미치거나'로 첫 사극 주인공에 도전했다. 결과는 좋았다. 쾌활한 남장여자 연기는 1인 2역 못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줬다.

누군가는 그를 '여우같다'고 하지만, 그것이 내숭이 많은 사람을 뜻한다면 오연서는 아니었다. 도리어 꾸미지 않은 솔직함이 걱정될 정도였으니.

수수한 모습이 더 잘 어울리는 여배우, 오연서와의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빛나거나 미치거나' 촬영을 고향인 창녕에서 했다고 들었다.

- 오랜만에 동네 갔는데 뭔가 마음이 짠하더라. 우포늪은 그대로였고, 초등학교 앞도 지나가보고 그랬다. 느낌이 이상하기도 하더라. 동네가 좁다 보니까 다들 관계가 있다. 우포늪 관리하시는 분 중에 삼촌 친구분이 계셔서 기념품 손수건 많이 받아왔다. (웃음)

▶ 사후세계 느낌의 결말로 이야기가 많았는데.

- 개인적으로 (그 결말이) 좋았던 이유는 신율도 서해를 가고, 왕소도 왕이 돼서 여러 가지 일을 한 후에 만났을 때 담담해서 좋았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변치 않을 확신이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뿌옇게 처리한 것은) 엔딩이라 그렇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저는 신율과 왕소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 장면 보면서 쫑파티 때 울컥해서 울었다.

▶ 아무래도 야외 촬영을 많이 했겠다.

- 외풍이 정말 심하다. 바람이 자꾸 불어서 눈물이 났다. 아프고 연약한 모습을 많이 보여줘야 돼서 한복 안에 뭘 껴입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오빠들은 다 '깔깔이'(방한을 위한 내피)를 입었는데 저는 핫팩과 히트텍으로 버텼다. 야외 세트만 가면 풍채가 커지는데 안으로 들어오면 날씬해지는 오빠도 있었다.

배우 오연서. (웰메이드 예당 제공)
▶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서로 친하게 지낸 것 같다.

- 사극이 몰입도가 훨씬 좋다. 서울에서 촬영하면 끝나서 집에 가고, 친구들도 만나고 그러는데 사극은 지방에 있으니까 그 세상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보니 사랑에 대한 것도 무거워져서 왕소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게 된다. 추우니까 서로 걱정하면서 동료애도 생긴다. 다들 핫팩이 소중한데, 떠날 때 촬영이 남은 사람에게 핫팩을 손에 쥐어주면서 수고하라며 뒤도 안 돌아보고 간다. (웃음)


▶ 항상 좀 다른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여배우라면 한번쯤 해보고픈 장희빈이나 장녹수 역할은 어떨까?

- '넝쿨째 굴러온 당신' 방말숙 역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서 '오자룡이 간다' 나공주 역할을 맡았는데 이것도 말숙이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드라마 끝나고 나서 그런 종류의 역할이 많이 들어왔다. 그것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했고, 도전하고 싶어서 다른 느낌 찾으려고 했다. '왔다! 장보리'는 억척스럽고, '메디컬 탑팀'은 보이시했고, 이번엔 트렌디한 사극이었고…. 일부러 그런 역할들을 찾았다. 다음 작품은 좀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 해보고 싶다. 장희빈이나 장녹수는 지금 말고, 연기 내공이 더 쌓이면 해보고 싶다. (웃음)

▶ 유독 MBC와 인연이 깊다. MBC 공무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인데.

- 아무래도 PD님들이 다른 PD님들에게 추천도 많이 해주시고 그래서 더 많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

▶ 저번에 인터뷰했을 때는 예능프로그램은 나오지 않겠다고 했었다. 지금도 그 결심은 변함 없나?

- 촬영은 재밌다. 그런데 몇 시간이나 하니까 편집이 있고, 단편적으로 액기스만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거기에서 오해나 논란도 많이 생겼다. 약간 성격이 솔직하다보니 그런 부분이 있어서, 예능프로그램은 하지 않는 것으로…. (그렇게 논란이 생기면) 해명할 수도 없고 그렇다.

▶ 연말 시상식에도 표정이나 태도로 논란이 좀 있었다.

- 두 시간 내내 웃을 수는 없는데 웃지 않으면 차가워보이거나 심통난 것처럼 보이는 얼굴이다.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실제로 만나면 제가 안 그렇지 않나. (웃음) 논란이 생기면 마음이 아프다. 전 그 때 정말로 대상에 대한 마음은 전부 내려놓고 있었다. 20대에 대상 받은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다.

배우 오연서. (웰메이드 예당 제공)
▶ 최우수상까지 받은 좋은 날이었는데 마음이 심란했겠다.

- 최우수상을 받을 줄도 몰랐다. 선배님들과 최우수상 받고 너무 좋았는데 (논란이 생겨) 속상했다. 전 편안한 표정이었는데…. 생긴 것에 대한 오해가 많이 힘들다. 그래서 작품도 촌스러운 역할을 많이 한다.

▶ 남성 팬이 많은 것 같은데 여성 팬이 고프지는 않나?

- 여성 팬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저도 어렸을 때는 예쁘고 멋있는 선배님들이 '워너비'였다. 김희선 선배님, 이효리 선배님, 신민아 선배님 등이 그랬다.

▶ 많이 말랐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다.

- 원래 기본적으로 마른 체형이 아니다. 마른 것을 선호하지도 않고. 살이 잘 찌고, 금방 빠지는 고무줄 몸무게다. 바지도 날씬한 사이즈 아니다. (웃음) 노력해도 그렇게 마르기는 힘들 것 같다. 오리, 돼지, 닭, 소 등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 먹는다. 돼지불백(돼지불고기백반)이 제 힘의 원천이다. 조금이라도 고생해서 촬영하거나 액션 촬영을 하면 그날은 삼겹살이다.

▶ 한 작품이 끝나면 쉬고 싶을 것 같은데 쉼없이 연기하는 느낌이다.

- 홍콩에 화보를 촬영하러 갔다왔는데 쉬는 시간에도 바닷가나 번화가는 못 갔다. 바쁘게 일정을 잡으니까…. 쉬고 있으면 심심하고 막막하다.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감을 잃어버리는 게 겁난다. 인터뷰가 있으면 차라리 뭔가 할 일이 있으니까 좋은 것 같다.

▶ 그럼 평소에 외출도 잘 안 하나?

- 피부과 가거나 이럴 때 아니면 잘 안 나온다. 이태원, 한남동 이런데 자주 간다. 요즘에는 그쪽도 사람이 많다. 만나는 사람들은 연예인도 있고, 사진작가도 있고, 스타일리스트, 디자이너 등 많다. 그분들에게 좋은 기운 많이 받고, 스트레스 쌓이면 얘기도 많이 하고 그런다. 최근 많이 가는 '핫스팟'은 경리단, 옥수, 약수, 남산타워 근처다.

▶ 얼굴이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

- 아무래도 여배우니까 놀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술도 끊게 되고, 삶이 좀 더 충만해졌다.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서 영향도 받고, 성격도 밝게 긍정적으로 변했다. 아무래도 인생을 빼고 논할 수가 없다. 사람이 경험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하고…. 연기도 늘고 있는 것 같고, 삶도 좀 성숙되는 느낌이다. 최근에 예뻐지고, 얼굴이 선해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좋은 생각을 많이 해서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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