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꿋꿋이 버티던 유 전 원내대표는 결국 공천권을 놓고 주판알을 튕긴 소속 의원들의 외면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초 김무성계 등 비박계는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대했지만 대통령 탈당설 등 당 분열상으로 김 대표의 공천권 행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해 유 전 원내대표로부터 등을 돌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사무총장직 폐지 역시 문재인 대표가 범친노계인 최재성 의원을 내년 총선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에 임명하면서 빚어진 결과다.
◇ 박근혜도 유승민도 "꼭 살아서 돌아오라"
국회의원에게 있어 공천권은 생사여탈권과 같은 것으로 공천을 받느냐 못받느냐에 따라 당장 앞으로 4년은 물론 향후 정치생명까지 결정된다.
새누리당의 경우 과거 한나라당 시절인 18대 총선에서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친박계에 대한 소위 공천학살이 대표적인 공천파동으로 기록됐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재오 의원과 이방호 전 사무총장 주도로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을 대거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박 대통령은 당시 공천 탈락뒤 탈당해 무소속, 혹은 친박연대로 총선에 나선 자신의 측근들에게 "꼭 살아서 돌아오라"는 말을 남겼고 살아돌아온 이들이 바로 현재 새누리당 친박계의 핵심들이다.
지난 8일 친박계의 압박으로 사퇴한 유 전 대표가 원내대표단으로 함께 활동했던 자신의 측근 의원들에게 "다음 총선에서 꼭 살아남으라"고 말한 부분과 데자뷰를 이루는 대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보다 가까운 지난 19대 총선에서 한차례 공천파동을 겪었고 이것이 '디도스 파문' 등으로 다 이긴 총선에서 패배한 결과를 빚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인 당시 민주통합당은 임종석 사무총장 주도로 공천을 실시했고 그 결과 구(舊) 민주계 인사는 대거 탈락한 반면, 친노계는 대거 공천을 받았다는 계파 공천 논란이 가열됐다.
특히, 제대로된 검증 없이 친노계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나꼼수'에서 활동한 김용민 씨를 공천했다가 선거말미에 과거 그의 막말 논란이 불거지면서 중도층의 표가 이탈하는 결과를 빚었다는 분석이다.
◇ 계산기 두드리는 각 계파 "공천권을 사수하라"
하지만 다음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누가 공천권을 갖느냐를 놓고 다시 한번 내부 투쟁이 벌어지고 주류가 비주류로 전락하거나 비주류가 주류로 등극하기도 한다. 또는 기존 계파 구도가 와해되고 새로운 세력으로 '헤쳐모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공천권을 놓고 각 계파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당내 소수파로 전락한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내년 총선 공천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반면 김무성계와 친이계가 힘을 합친 비박계는 어떻게든 김무성 대표 체제가 유지돼야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유 전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 결국은 같은 선택을 한 친박계와 비박계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공천권을 놓고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공천 갈등을 현재 혁신위원회 활동으로 잠시 봉합해놓은 상태지만 언제 다시 이 문제가 불거질지 모른다.
친노 패권주의를 없애야 한다고 반발해온 호남 중심의 비노계는 현재 탈당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상정해놓고 문재인 대표 체제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 과정에서 비노계가 불이익을 받을수 있다는 우려다.
친노계는 혁신안을 통해 투명한 공천 방식을 마련하고 있는 와중에 나온 비노계의 공격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으로 양측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