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광한, 가장 좋아했던 말…'열일곱 살 아저씨'"

지난해 5월까지 CBS표준 FM '김광한의 라디오 스타' 진행…남겨진 추억들

고 김광한 씨의 영정사진(사진=공동취재단)
"김.광.한. 이 세 글자면 모든 것이 설명되는 전설의 명DJ, 그러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수식어는 '17살 아저씨'랍니다. 음악과 LP 이야기를 할 때면 청년으로 되돌아가는 한평생 DJ라는 길만을 걸어 온 김광한. 그가 토크쇼 MC로, 청취자들에게 말을 겁니다."

고 김광한 씨가 생전에 진행했던 CBS표준 FM '김광한의 라디오 스타'(2013~2014년) 홈페이지(www.cbs.co.kr/radio/pgm/main/?pgm=1920)의 'DJ 소개'란에 쓰인, 짧지만 고인을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글귀다.

홈페이지 '오늘의 방송 & 선곡표'에서는 고인이 방송을 맡았던 2013년 4월 29일부터 지난해 5월 19일까지의 간략한 방송 내용과 선곡표를 확인할 수 있다.

고인은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2시면 어김없이 특유의 반가운 목소리로 청취자들을 맞았다.

지난 2013년 4월 29일 첫 방송에서는 또 한 명의 전설, DJ 김기덕 씨가 출연했다.

홈페이지에 첨부된 사진을 통해 유명 팝가수 마돈나를 두고 고인과 김기덕 씨가 다투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마돈나가 아니라 '마다나'가 맞다"는 김기덕 씨의 말에 고인은 "저는 마돈나라고 해요. 외래어 표기법에 의거해 마돈나"라고 응수하며 웃음을 자아내는 신경전을 벌인다.


이에 따라 이날 첫 방송 선곡표에는 마돈나의 히트곡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이 포함되기도 했다.

생전 고인이 진행했던 CBS표준 FM '김광한의 라디오 스타' 홈페이지 캡쳐 화면
지난해 5월 17일 고인의 마지막 방송에서는 음반수집가 최규성 씨가 함께한 '한국 최초의 기록들' 네 번째 시간이 이어졌다. '한국 최초의 어린이 앨범' '한국 최초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앨범'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가수' 등을 알아본 것이다.

이날 마지막 방송에서 고 김광한 씨가 선택한 끝 곡은 몽환적인 연주와 음색으로 유명한 그룹 이글스의 대표곡 '호텔 캘리포니아'였다. 노래의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저 멀리 희미하게 반짝이는 불빛을 보았네. 내 머리가 무거워지고, 시야가 흐려졌어. 난 쉬기 위해 멈췄지. 한 여인이 현관에 서 있었고, 난 교회 종소리를 들었어. 나는 생각했어. '여기는 천국일까, 지옥일까.' 그때 그녀는 촛불을 켰고, 복도 저편에서 이야기 소리가 들렸어. 그들은 이렇게 말한 것 같아. '호텔 캘리포니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편 고 김광한 씨는 향년 69세를 일기로 지난 9일 밤 별세했다. 앞서 지난 6일 심장마비로 쓰러져 서울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투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1980대와 1990년대 이종환 김기덕과 함께 '3대 DJ'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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