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30대 그룹 '들었다 놨다'하는 이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주총을 앞두고 사실상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올들어 국내 30대 그룹 지배구조 핵심계열사의 지분율을 대폭 높인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민연금공단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0대 그룹 184개 상장계열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7일 현재 국민연금 지분이 5% 이상인 기업은 93개사, 지분율은 평균 8.66%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에 비해 기업 수는 2개 늘었고 평균 지분율은 0.25%포인트 높아졌다.

30대 그룹 계열사 중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기업은 롯데푸드, 삼성물산, LG상사, 두산, 삼성전자, GS 등 6개사에 달했다.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도 롯데푸드, LG상사, 대림산업, 현대글로비스, 한진칼, 삼성물산 등 10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0대 그룹 상장 계열사 중 24개사(25.8%)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로 분석됐다.

국내 대기업 그룹 계열사가 엘리엇 매니지먼트 같은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을 경우 국민연금의 캐스팅보트 역할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 국민연금 지분율이 오른 곳은 엘리엇과의 공방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현대글로비스, 한진칼, 롯데푸드 등 15곳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국민연금 지분율이 9.24%에서 12.57%로 3.33%포인트나 뛰었고 한진칼도 9.20%에서 12.41%로 3.21%포인트나 급등했다.

이어 롯데푸드가 2.68%포인트 뛴 13.49%, 롯데칠성음료는 1.93%포인트 상승한 13.08%였다.

삼성물산에 대한 국민연금 지분율도 지난해 말 9.98%에서 11.88%로 1.90%포인트 뛰었다.

국민연금 지분율이 낮아진 곳은 현대백화점(-0.60%p)과 현대그린푸드(-2.37%) 2개사 뿐이었고, 나머지 ㈜효성, ㈜GS,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LG, 롯데쇼핑, 현대중공업의 경우는 변동이 없었다.

'10%룰'이 완화되면서 국민연금이 10% 이상의 지분을 가진 30대 그룹 핵심 계열사도 6개월 새 6개에서 10개로 늘어났다.

10%룰은 국민연금 등 공적투자가가 단일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경우 1주를 매매하더라도 5일 안에 공시해야 하는 제도로 2013년 8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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