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의 변, "헌법적 가치 지키고 싶었다" 여운 남겨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당 의원총회의 사퇴 권고 추인에 따라 국회 정론관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를 통해 강도높게 사퇴를 요구한지 13일만에 결국 사퇴했다.

유 원내대표는 사퇴의 변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의원총회에서 결집된 의원들의 총의를 받아들이는 형태로 사퇴했다.

지난 2월 2일 이주영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로 당선되고 다섯달을 겨우 넘겼다.

유 원내대표는 "저는 오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다"라면서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자신의 거취문제를 둘러싸고 혼란을 일으킨데 대해서는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사과했다.


그는 평소같으면 벌써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던지지 않은 것은 자신이 지키고 싶은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유 원내대표는 "그것은 법과 원칙 정의"라면서 "제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해 불만을 에둘러 표시하면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아울러 2월 당선때 약속이나 4월 국회 연설에서 밝혔던 꿈꾸는 보수, 따뜻한 보수,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그러나 "더 이상 원내대표가 아니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길로 계속 가겠다"면서 "저와 꿈을 같이 꾸고 뜻을 같이 해주신 국민들 당원동지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린다"는 말로 사퇴의 변을 마무리 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에 대해 이날 의원총회에서 표결을 주장했던 김용태 의원은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 하나 뒤에 참새가 있다'는 장자 산수편의 고사를 인용해 의총의 결정을 비판했다.

김 의원은 "급한대로 원내대표를 사퇴시켜 당청관계를 복원시켰지만 국민입장에서는 집권당의 체모는 물론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도 무너뜨렸다고 비판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또 "국회법은 대통령이 비판한대로 삼권분립 논란이 있을수 있지만 유승민 대표 사퇴는 삼권분립 붕괴 사태가 아니냐"고 그는 따져 물었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는 야당에서 더 크게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대변인은 정치사의 치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세력은 ‘배신자 유승민’을 쫓아내는데 성공했는지는 모르지만, 국민들은 국민 위에 군림하며 국민을 ‘핫바지’로 여기는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차갑게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생과 경제회복이 중요한 시점에서 민의가 중단된 모든 책임은 새누리당과 무엇보다 정쟁의 원인을 제공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다고 말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도 트위터를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부러졌다. 삼권분립은 어그러졌다"라면서 "군주시대의 어리석은 신하들의 아첨공화국으로 변질했다"며 새누리당에 일침을 가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어 "소신이 배신의 칼날에 부러지고 법과 원칙, 정의는 아첨에 떠내려갔다"고 평가한 후 "그래도 우린 다시 일어서야 한다.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여!"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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