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황당함을 안기고 떠났지만, 정상수는 대중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상수형'이라 불리며 "이게 힙합이다"라는 유행어를 남기고, 카메라를 향해 거침없이 손가락 욕설을 날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1대 1 미션에서 선보였던 그의 시적인 가사 덕분이다.
'달이 뜨면 슬프게 노래 부를래. 동이 트면 아스팔트 위 구를래. 목돈을 만들어 시장 바닥을 뜰래. 찢겨진 가슴을 달래주는 두견새….' 삶의 애환이 느껴지는 정상수의 가사는 확실히 깊이가 있었다. 서바이벌 쇼에서 높은 단계에 올라가지 않았음에도 기억에 남는 참가자가 된 이유다.
정상수는 최근 '쇼미더머니4'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심사위원으로 나선 산이도 그를 알아보며 반가워했다. 그는 보란 듯이 1차 예선에서 합격 목걸이를 손에 쥐었다. 산이는 "너무 멋있었다. 형 이번에 나오시면 작년 같은 일은 없겠죠?"라고 물었고, 상수는 "이제 정신 차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정상수는 2차 예선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다소 긴장한 듯 불안한 랩을 선보였고, 심사위원들은 고민 끝에 탈락 버튼을 눌렀다.
타이틀곡은 '달이 뜨면(광대)'으로 자신이 느낀 삶의 애환 속에서 힙합이라는 음악을 통해 찾은 희망을 노래했다. '쇼미더머니3' 1대1 미션에서 선보인 바로 그 곡이다. 또 수록곡 '명사수'와 '절대 안 놓쳐'에는 세상을 향한 편견과 맞서서 달려 나가는 자신만의 힙합적 소신을 녹였다.
반응은 생각보다 좋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로 꼽히는 멜론 기준 타이틀곡 '달이 뜨면'은 좋아요 수가 700 여개가 넘고, 평점은 5점 만점에 무려 4.6점이다. 유명 가수들에게 밀려 홍보에 제약이 많았음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다.
대체로 비트는 다소 아쉽지만, 특유의 시적인 가사를 칭찬하는 반응. 여기에 최근에 발표되는 힙합곡에서 느낄 수 없는 올드한 분위기와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스타일이 매력적이라는 평이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이게 힙합이다!"를 외치던 정상수의 앨범이 주류 음악에서 채울 수 없는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정상수는 향후 활발한 음악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상수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향후 부산 일대를 중심으로 '달이 뜨면'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계획"이라며 "리믹스 앨범을 비롯한 싱글 앨범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앨범이 기대보다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놀랐다. 앞으로도 정상수의 활동에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