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빠른 발은 남들보다 한 베이스를 더 진루하면서 점수를 못 내는 상황에서 점수를 나게 해주는 좋은 무기다. 도루가 그렇고, 플라이 때 나오는 리터치(언더베이스)가 그렇다. 물론 빠른 발이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상위권 팀들은 빠른 발을 갖추고 있다. 삼성은 통합 4연패 기간 동안 두 차례나 팀 도루 1위에 올랐다.
빠른 발을 갖췄다고 무조건 주루 플레이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도루를 할 때나, 리터치를 할 때 스피드와 함께 센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KIA 신인 외야수 김호령은 그 센스를 갖췄다.
KIA-넥센전이 열린 7일. 1-1로 맞선 5회초 KIA 공격 때 김호령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 신종길의 타구가 외야로 뻗어나갔다. 플라이가 될 확률이 높은 경우에는 보통 2루까지 내달리지 않고, 타구를 지켜본다. 그런데 김호령은 일찌감치 스타트를 끊고 2루까지 달렸다. 그 때 외야수들이 타구를 미루다가 놓쳤고, 김호령은 재빠르게 3루에 안착했다.
계속된 공격에서는 김민우가 2루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서건창이 뒷걸음질하며 역동작으로 잡아냈지만, 홈까지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김호령은 서건창이 공을 잡는 순간 홈으로 내달렸다. 당황한 서건창이 홈으로 공을 뿌렸지만, 결과는 세이프.
보기 드문 2루수 희생 플라이로 만든 이날 경기의 결승점이었다.
김호령의 2루수 희생 플라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17일 두산전에서도 2루수 오재원이 깊숙한 플라이를 처리할 때 과감하게 홈으로 파고들어 득점을 만들었다.
김호령은 100m를 11초 후반에 주파하는 준족이다. KIA에서 가장 빠른 발을 가지고 있다. 수비에서도 빠른 발을 이용해 호수비를 펼치고 있다. 이제 김호령이 베이스에 나가면 다른 팀들은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될 것 같다. 틈만 보이면 언제라도 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