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조직, 경찰 수사관에 전화 걸었다가…

압수된 체크카드와 배송박스 등. (사진=경기 가평경찰서 제공)
지난 6월 경기 가평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사무실. 9년간 사회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12월 사이버경찰로 특채된 이모(37) 경장에게 대출을 권유하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한 이 경장은 곧바로 어눌한 말투로 "신용불량자인데 대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대로 이 경장은 지난 1일 개설한 통장과 체크카드를 상자에 담아 버스기사를 통해 수원버스터미널로 보냈다. 경찰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버스에 수사관 한 명을 동승시키고 터미널에 4명을 잠복 시켰다.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자 보이스피싱 모집·전달책인 서모(32)씨가 현장에 나타났다.

경찰은 곧바로 서씨를 검거하고 인근에 숨어서 대기하던 자금 인출 및 해외 송금을 맡은 국내총책인 이모(31)씨도 붙잡았다.

지역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필리핀에 거주하는 해외총책인 A(30)씨에게 전화를 받고 범행에 가담한 뒤 휴대전화 메신저 등을 통해 지시를 받았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A(30)씨의 지시를 받고 대출사기에 속은 피해자들의 통장과 체크카드 등을 수거하고 2천여만원을 해외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이들은 "A씨에게 매달 250만원을 받거나 하루에 15만원씩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필리핀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피해자들에게 100만~200만원의 대출수수료를 입금하면 신용등급을 올려 대출을 해줄 수 있다고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씨가 A씨에게 송금한 두 계좌에서 648명으로부터 10억여 원이 입금된 사실도 확인했다.

가평경찰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및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이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통장을 빌려주고 비밀번호를 알려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김모(45.여)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10억여원이 입금된 두 계좌가 추가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 이들의 여죄를 수사하는 한편, 해외 총책인 A씨 등 보이스피싱 조직의 행방을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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