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조카 사위로,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이종사촌 언니의 남편, 즉 형부가 된다.
변호사법을 위반해 의정부 교도소에 수감 중인 황모(57) 씨는 지난해 8월 25일 자신의 동료 조모 씨에 보낸 옥중 편지에서 "윤OO가 사건 해결해준다며 5천만원 가져갔다…(중략)…윤OO가 돈 받은 것 확인 실토했고 우선 9.50십만원 주기로 했는데 아직도 안주고 있다"고 적었다.
황 씨는 지난 2008년 통영 아파트 청탁비리 사건으로 수배됐다가 2013년 5월 말 통영지청에 출석한 뒤 구속됐다. 황 씨는 통영지청에 출석하기 앞서 '구명로비용'으로 윤 씨에게 세 차례에 걸쳐 5천만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황 씨와 한때 동업관계였던 Q 씨는 "황 씨가 통영지청에 출석할 당시 윤 씨와 함께 검찰청사로 걸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황 씨는 검찰에 구속됐고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통영에서 1년 6개월을 복역하고 지난해 말 의정부 교도소로 이감됐다.
이에 대해 윤 씨는 "(돈을 받은 것은) 내가 한 게 아니다"라는 말만 남기고 기자의 전화를 황급히 끊었다.
하지만 황 씨 주변인들의 말은 윤 씨의 해명과 다르다.
황 씨에게 거액을 투자했다 떼인 Q 씨가 황 씨 주변인물들과 대화한 내용을 녹음한 녹취록을 보면 윤 씨의 금품수수 의혹이 더욱 짙어진다.
Q 씨가 황 씨의 회계를 담당했던 조모 씨와 올해 6월 22일 나눈 전화통화 내용에는 황 씨가 2013년 3월 강남의 W 한정식집에서 윤 씨에게 3천만원을 건낸 뒤 이어 1천만원씩 두차례 현금을 전달한 것으로 돼 있다.
실제로 조 씨의 카드 사용 명세서에는 황 씨, 윤 씨, 조 씨 3명이 식사를 했다는 W 음식점에서 같은해 3월 14일 37만 3천원이 결제된 것으로 돼 있다.
W 음식점은 윤 씨의 개인 사무실에서 직선거리로 700m 정도 떨어진 한정식 식당이다.
Q 씨가 황 씨의 또 다른 측근인 최모 씨와 올해 6월 13일 나눈 전화통화 내용에는 윤 씨가 최 씨에게 돈을 되돌려주겠다고 말했다는 부분도 담겨있다.
황 씨의 측근들은 윤 씨가 5천만원 외에도 황 씨 사건의 변호사 수임료 명목으로 추가로 돈을 받아갔다고 전했다.
실제로 황 씨 회계를 담당했던 조 씨의 통장 출금 내역을 보면 2013년 5월 14일, 23일 두 차례에 걸쳐 6천6백만원이 모 법무법인 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Q 씨는 "윤 씨가 처음 5천만원으로 사건을 무마할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변호사를 별도로 선임해야 한다면서 추가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녹취록은 문제의 편지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이 입수해 내용을 분석중이다.
김 의원은 "대통령 친인척이 범죄자의 뒤를 봐주겠다며 돈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가 대문부터 뚫린 것"이라며 "해당 친인척이 대선 정국에서 활동한 정황도 있는 만큼, 광범위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품수수 의혹 朴 친척 누구인가? |
올해 77세의 윤모 씨는 충북 청원생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조카 사위이다. 전두환 정권 당시 11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S사와 D사를 경영하기도 했다. 국민들에게 잊혀져 있던 윤 씨가 언론에 다시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18대 대선 직전부터다. 특히 상록포럼의 경우는 18대 대선을 앞두고 조직된 박근혜 대통령의 외곽단체로 알려져 있다. 야당 대표시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뒤 박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K 씨가 이 조직의 상임대표를 맡았다. 이 단체와 박 대통령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2011년 12월 23일 열린 상록포럼 송년의 밤 행사다. 이날 행사에서 상임대표 K 씨는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축하메시지를 대신 읽었다. 그가 대독한 박 대통령의 메시지에는 "상록의 정신이야말로 세상을 크게 바꾸는 저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다가오는 임진년에는 언제나 푸른 상록의 기상으로 우리 마음속에 품은 그 큰 뜻을 이뤄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 업자들 사이서 '어르신'으로 불려…청와대 비서관과 친분 과시 상록포럼의 공동대표를 맡았던 윤 씨는 사석에서 K 씨와 친분을 자주 드러냈다고 한다. 또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박 대통령과 인척관계라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해 대통령 시계와 청와대 무릎담요 등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윤 씨에게 이권을 청탁하려던 사람들은 그를 '어르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윤 씨는 사건해결 명목으로 최소 5천만원을 받은 것 외에도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그와 관련된 복수의 진정이 청와대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