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은 다만 "이제 첫 걸음을 뗀 것뿐"이라면서 일본이 자신들의 약속을 지키고, 또 조선인 강제징용과 제2차 세계대전 전쟁포로들의 노예노동이 좀 더 명확하게 기술될 수 있도록 관련국들이 이제부터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워싱턴D.C. 싱크탱크인 아시아폴리시포인트(APP)의 민디 코틀러 소장은 이날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먼저 "'조선인 강제노역'을 반영한 것은 한국 정부의 중대한 외교적 승리"라면서 "이번 일이 아베 신조 정권의 일본이 더욱더 성찰하고,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시설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을 더 잘 기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코틀러 소장은 그러나 "우리가 일본의 산업화 및 국가발전 과정에서 노예노동을 비롯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사실 일본의 이번 등재신청은 꼼꼼히 심사되지 않았다. 흠이 있고 불완전하며 어떤 부분은 솔직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의 산업혁명시설에서 강제노동을 당했던 각국의 피해자들이 있는 그대로 역사로 보전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다행히도 일본이 이번에 그 첫 문을 열었는데 앞으로 유네스코에 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예노동 피해자들의 관련국 모두가 역사학자 및 외교관들과 협력해 일본이 이들 시설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완벽하게 기술하도록 어떤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코틀러 소장은 "일본이 마침내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역사를 바로잡을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일본이 자신들의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것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이다. 침묵해서는 안 된다"며 각국의 노력을 당부했다.
일본의 전쟁 당시 강제 노역을 연구하는 전문가인 윌리엄 언더우드 박사도 연합뉴스에 이메일을 보내 "한일 간에 합의가 이뤄져서 다행"이라면서 "어둡고 부정적인 역사적 사실이 있는 그대로만 기술된다면 일본의 산업혁명시설은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시설"이라고 말했다.
언더우드 박사는 특히 "언뜻 보면 큰 것 같지 않지만, 그 단어의 강도에 꽤 놀랐다"면서 "사실 일본이 조선인 강제징용과 관련해 '강제된'(forced)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처음이다. 세계유산위 등재 논의과정에서 수십 년 동안 법적 소송과 각종 시위로도 해결하지 못한 것을 성공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언더우드 박사는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시설들이 분열이 아닌 화해의 장소가 되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두 사람은 미쓰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아소 그룹 등 전쟁포로들이 노예 노동을 했던 일본 산업체들이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코틀러 소장은 "70년이 지나도록 해당 기업 어느 곳도 노예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들 기업 중 일부가 미국과 영국에 고속철도를 건설하려는 것"이라고 꼬집었고, 언더우드 박사도 "(노예노동을 일삼은) 일본 기업들은 역사적 정의와 관련해선 여전히 멀었다. 이번 일이 해당 일본 기업들이 과거의 인권남용 문제를 바로잡고 더 책임감 있게 나서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