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이 이끄는 칠레는 5일(한국시각) 칠레 수도 산티아고의 에스타디오 나시오날 훌리오 마르티네스 파라다노스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2015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연장까지 0-0으로 팽팽한 승부 끝에 승부차기에서 4-1로 승리했다.
99년간 44번 치러진 이 대회 역사상 칠레는 우루과이와 함께 7차례 개최로 아르헨티나(9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대회 개최를 자랑한다. 하지만 칠레는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준우승만 네 차례하며 번번이 '남미 챔피언'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다.
하지만 2015년 대회는 달랐다. 칠레는 역대 최강의 선수 구성을 앞세워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올랐고,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앞세운 아르헨티나를 만나 승부차기 끝에 당당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개최국 프리미엄을 무시할 수 없는 칠레의 첫 우승
칠레는 이번 대회에서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와 에두아르도 바르가스(나폴리), 아르투로 비달(유벤투스), 클라우디오 브라보(바르셀로나) 등 간판선수들의 맹활약이 눈부셨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평가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칠레는 자국에서 당당히 '남미 챔피언'에 등극했다. 칠레가 이 대회의 모든 경기를 8개 개최도시 가운데 산티아고에서만 치렀다는 점에서 코파 아메리카 첫 우승을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칠레는 조별예선 3경기뿐 아니라 8강과 준결승, 결승까지 모든 경기를 산티아고에서만 소화했다. 덕분에 여러 개최도시를 옮겨 다닌 경쟁 팀들보다 유리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분석일 뿐이다.
칠레는 개최국의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국 대표팀의 모든 경기를 산티아고에 집중했다. 홈 관중의 열광적인, 그리고 일방적인 응원은 칠레의 경기력을 한껏 끌어올렸고, 선수들은 엄청난 활동량과 뛰어난 경기력으로 결국 대회 역사상 첫 우승을 가져왔다.
◈연이은 악재도 뛰어넘은 칠레의 막강 경기력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19위의 칠레는 아르헨티나 출신 삼파올리 감독의 지도로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포백으로 월드컵을 시작해 대회 도중 스리백으로 전환, 조별예선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을 2-0으로 격파하는 등 16강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16강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만나 1-1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에서 2-3으로 패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 때문에 칠레는 자국에서 개최한 코파 아메리카에서 더욱 우승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전성기를 구가하는 선수들을 총동원했고, 이들은 팬들의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그라운드에서 선보였다.
물론, 변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핵심 선수인 비달이 조별예선 2차전이 끝난 뒤 음주 운전 사고를 내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삼파올리 감독은 우승이라는 목표를 위해 비달을 품었다.
우루과이와 8강에서는 수비수 곤살로 하라(마인츠)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상대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파리생제르맹)를 수비하던 하라가 카바니의 엉덩이에 손가락을 찔러 넣는 반칙을 했고, 이에 격분한 카바니는 하라의 머리를 때리는 반칙에 퇴장당했다. 이후 하라의 부적절한 행동이 공개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짧은 대회 기간 변수는 끊이지 않았지만 칠레는 당당히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며 활짝 웃었다. 상대에 맞춘 삼파올리 감독의 유연한 선수 기용과 전술 변화, 그리고 감독의 기대에 경기력으로 보답한 선수들의 경기력까지 3박자가 맞아떨어진 덕분에 칠레는 사상 첫 '남미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