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펜던스 데이? 우리에겐 소음 데이죠"

7월 4일 美독립기념일 미군 불꽃 놀이에 인근 주민들 '소음 공해' 호소

트위터에 올라온 미국 독립기념일의 주한미군 불꽃축제 행사
지난 4일 밤 9시. '쾅' 하는 굉음과 함께 하늘로 솟아오른 푸른 빛 한 줄기가 순식간에 수십개의 불빛으로 흩어졌다.

색색의 불꽃이 번쩍이는 밤하늘을 서울 이촌동 주민 김모(65,여)씨는 마뜩찮은 얼굴로 바라봤다.


"또 시작이네…"

이웃 주민과 두런두런 나누던 이야기는 폭죽 소리에 묻혔다. 동네 노점상 앞 의자에 앉아 있던 김씨는 신발을 고쳐신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갑자기 펑 터져 깜짝 놀랐죠. 집이 흔들리는 느낌이야. 터지면 구경 나오기는 하지만…"

용산구에서 33년째 살고 있다는 김씨는 "처음에는 소리가 너무 커서 전쟁난 줄 알았다"며 "바로 옆에서 폭죽을 쏘아대니 너무 시끄럽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 주민들 "전쟁나는 소리인 줄"…주한미군 "민원 심하면 행사 못했을 것"

주한미군은 일년에 두 번, 7월 4일 독립기념일과 10월 13일 콜럼버스 데이를 기념해 매년 미8군 용산기지 내에서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불꽃놀이는 기념 행사 일정 중 하나로, 이날 행사의 메인 이벤트이지만 정작 주민들에게는 매년 벌어지는 시끄러운 '소음'일 뿐이다.

이촌동 주민 박모(30,여)씨는 "엊그제 리허설을 했는데 그때도 전쟁나는 것 같은 수준이었다"며 "집집마다 애들이 울고 난리였다"고 말했다.

정모(70)씨도 "독립기념일에 폭죽을 쏜다고 우리한테도 통보를 해주면 준비라도 할 텐데 연례 행사라고 공지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소음 측정 어플리케이션으로 행사 당시의 소리를 측정해보니 최고 90dB을 기록했다. 이는 소음이 심한 공장 소리와 맞먹는 수준이다.

주한미군 측은 "불꽃놀이 전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에 일정을 고지하고 있다"면서 "안전 규정에 따라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원이 자주 들어온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매년 하고 있는 일인 만큼 행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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