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는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서 '발 빼기'를 시도하다 전방위 비판에 결국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했다.
3일 열린 중의원 평화안전보장법제 특별위원회에서는 '언론에 따끔한 맛을 보여주려면 광고 수입을 없애면 된다'는 지난달 25일 자민당 의원 모임 내 발언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이에 아베 총리는 "국민 여러분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고 (논란의 발언은) 우리 자민당이 장기간 행해 온 오키나와 진흥, 또는 기지부담 경감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것"이라며 "매우 안타깝고 오키나와 (주민) 여러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최종적으로는 내게 책임이 있다"며 "앞으로 자민당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보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확실히 지키는 것을 관철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베 총리는 언론 통제 논란을 부른 발언에 관해 1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에게 "폐를 끼쳐서 매우 죄송하다"고 언급했으나 국민이나 언론에 대한 사죄의 뜻을 표명하지 않아 엉뚱한 곳에 사과한다는 지적을 낳았다.
그는 사건 직후인 지난달 26일에는 "사실이라면 매우 유감이지만 행정부의 책임자로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보고하는 것은 어렵다", "사적인 공부모임에서는 자유롭고 활달한 논의가 있다", "그 자리에 (내가) 있지 않았음에도 그 사람을 대신해서 사과할 수는 없다"고 선 긋기를 시도했다.
아베 총리가 이 문제에 관해 공개된 장소에서 사과한 것은 처음이며 이는 비판 확산과 여론 악화를 의식한 행위로 보인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전 중의원 의장은 니카이(二階)파 총회에서 "여당의 일원에게는 말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미디어도 정치도) 서로에게 권력을 억제해 사용해야 한다"고 하는 등 2일 열린 자민당 각 정파 모임에서 쓴소리가 이어졌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아소파 총회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응원단이 될 생각이었겠지만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됐다"고 문제를 일으킨 '문화예술간담회'를 질타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농림수산상은 기시다(岸田)파 모임에서 "열린 입이 닫히지 않는다. 여당은 국민에게 거만하게 뻐기는 것으로 비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선 자민당 의원 모임에서 주일 미군기지가 오키나와의 경제에 도움이 되며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오키나와(沖繩)의 지방지를 '뭉개 버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던 탓에 오키나와 지역에서 특히 강한 반발이 나왔다.
오키나와 현의회는 이에 항의하고 발언 철회와 사죄를 요구하는 결의서를 자민당 의원을 제외한 찬성 다수로 2일 가결해 아베 총리에게 보냈다.
현의회는 "현 주민을 우롱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토지를 강제적으로 접수당한 땅 주인의 고뇌를 돌아보지 않고 역사적 사실을 의도적으로 뒤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공격 대상으로 지목된 언론사인 류큐(琉球)신보의 시오히라 요시카즈(潮平芳和) 편집국장과 오키나와 타임스의 다케토미 가즈히코(武富和彦) 편집국장도 2일 일본기자클럽에서 회견을 열어 '모든 매체의 언론의 자유에 대한 도전'이라며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자민당 의원 모임 '문화예술간담회'에서 참석 의원과 초청 인사 등이 광고주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비롯해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을 길들이는 방법을 거론했으며 이에 언론 관련 단체가 집단으로 항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파문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