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예능프로그램을 도맡아 왔던 제작진들이 드라마에 도전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제 하나의 흐름이 된 '예능 제작 드라마'의 계보를 살펴본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 같은 드라마의 원조격이라고 볼 수 있다.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는 90년대를 배경으로 두 차례나 큰 성공을 거두며 명실상부한 CJ E&M의 킬러 콘텐츠가 됐다.
그 중심에는 KBS 예능국에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온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사단이 있었다.
지난 2012년 첫 번째 시리즈인 '응답하라 1997' 방송 전까지, 드라마의 성공을 예견한 사람은 없었다. 업계에서 보장된 스타 PD도, 작가도 심지어 스타 배우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성공 이후에도 '응답하라' 시리즈는 스타 캐스팅 대신 오디션으로 주인공을 발탁했다. 제작진은 스타 유명세가 아닌 캐릭터의 힘으로 승부를 봤고,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출연 배우들이 스타가 되는 파급효과를 일으켰다.
이 작가는 특히 공동집필 체제를 드라마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이는 더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기존의 드라마와 달리 자유롭고 톡톡 튀는 이야기, 30대를 겨냥했음에도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강한 대중성과 깊은 공감대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현재 세 번째 시리즈 '응답하라 1988'은 캐스팅을 마쳤고, 올해 안에 방송될 예정이다. 이들 제작진이 또 한번 합심해 기적을 그려낼 수 있을지 대중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KBS 2TV '프로듀사'는 본격 예능국 이야기를 담은 예능 드라마다.
방송 전부터 배우 김수현, 공효진, 차태현, 가수 아이유 등의 스타캐스팅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제작진도 화려했다. 집필은 '별에서 온 그대' 박지은 작가가, 연출은 KBS 2TV '개그콘서트' 대모 서수민 PD가 맡았다. 스타 드라마 작가와 스타 예능 PD의 '예측불허' 만남이었던 셈이다.
'프로듀사'는 서 PD의 첫 드라마 도전작이었고, 제작에도 KBS 예능국 PD들이 대거 참여했다. 예능국에서 만들어진 예능 드라마이기에, 리얼리티에 대한 기대도가 상당했다.
성적은 좋았다. 끝내 20%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마지막회에서 시청률 17.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종방한 현재 '프로듀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방송 당시에도 드라마는 끊임없이 혹평과 호평을 오갔다.
일부 시청자들은 지나치게 예능국 이야기에 치우치지 않고 적절히 러브라인까지 그려내 균형을 잘 맞췄다는 호평을 보냈다.
그러나 또 다른 시청자들은 예능국 이야기와 PD들의 성장은 '보여주기식'에 그치고, 러브라인과 톱스타 성장기에만 공을 들였다고 지적했다. 대형 스타들을 데리고 각각의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상파와 비지상파 할 것 없이 '예능 제작진 드라마'는 출격을 앞두고 있다.
오는 4일 방송되는 SBS 심야드라마 '심야식당'은 일본 유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이미 일본에서는 한 차례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누렸다.
새벽 12시 10분부터 시작하는 방송 시간도 그렇지만 한 회 당 30분, 에피소드 형식의 독특한 포맷을 갖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잔뼈가 굵은 최대웅, 홍윤희 작가가 공동집필을 맡았다는 것. 이들은 오히려 국내 드라마에 없는 포맷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 작가는 "제가 드라마 작가가 아니라 코미디 작가 출신이라, 짧게 쓰는 것이 특화돼 있다. 함축적으로 사연을 풀어내려고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홍 작가 역시 "30분 에피소드가 소소하고 잔잔해서 호흡이 늘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30분으로 압축돼 짧게 나가서 전개가 빠르다. 그런 정도가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
인기 웹툰 '송곳'의 드라마 제작도 JTBC 예능 제작진들이 함께 한다.
'송곳'은 '미생'에 버금가는 인기 웹툰으로 평범한 직장인들이 난관을 만나, 힘을 모아 싸워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현실적인 묘사와 두터운 공감대 형성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올드미스다이어리', '청담동 살아요' 등을 연출한 김석윤 JTBC 제작기획국장이 메가폰을 잡고, 그와 동고동락한 이남규, 김수진 작가가 집필을 담당한다.
진지한 감동이나 심각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능적 재미까지 더하겠다는 의도다.
제작진은 "원작과 적정수준의 싱크로율을 유지하면서도 재미와 감동의 밸런스를 적절하게 조율해 보는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예정"이라라며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흥미진진한 메인 줄거리와 일상의 에피소드가 섞여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