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방송사는 많아졌지만 채용 인원은 되레 줄고 있다고 한다. 외주와 경력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이다.
안지훈 씨도 예능PD 지망생이다. 고시보다 어렵다는 예능PD 시험을 준비한지 올해로 벌써 4년이 됐다. 무엇 때문에 그 험난한 길을 걷고 있냐고 물었다. 그는 재미 때문이라고 답했다.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있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게 좋고, 예능 프로그램으로 사람들을 재밌게 해주는 게 좋아서요."
그는 아홉수이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3년 간 준비했기 때문에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다가오는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무게감 등이 자신을 짓눌렀다.
특히 상대적으로 나이를 더 먹은 처지는 방송사 면접장에서 아킬레스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서른이 되고 보니 그에게 자유가 찾아왔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에서도 4년간 공부를 해야 학위를 받는 것처럼 PD로 인정받기 위해서도 그 정도의 기간은 거쳐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렇게 생각하니 비로소 마음이 홀가분해지더군요. 3년을 공부한 것이 오히려 제게 장점이 될 수 있겠다는 믿음까지 생겼어요."
그가 1개월 간 기록한 '취준일기'를 보면 그의 취업준비 활동은 남다른 구석이 있다.
독서와 스터디, 예능·드라마·미드 챙겨보기, 뮤직비디오 조연출, 규칙적인 조조 영화 감상, 강연회 참석 등은 그의 '전공필수'라면 사람들에게 안테나 뻗치기는 '전공선택'에 해당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길거리 축제에 참석해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웃고 즐거워하는지 관찰한다.
사람들에 대한 이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발견이 쌓이면 쌓일수록 그의 자신감도 커지고 있다.
유명한 현직 PD의 강연을 들으면서도 그랬다. PD가 되기 위한 소양과 자질 등을 설명 들으면서 그 얘기가 왠지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는 '제2의 나영석 PD'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도 이제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믿고 있다.
그는 오늘도 주문을 외우며 하루를 시작한다.
"되게 될 사람들은 언젠가는 되게 돼 있다(¡Que sera, sera!)."
[편집자의 글] 이 기사는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를 맞아 CBS노컷뉴스가 우리시대 청년 구직자들의 속내를 그들의 '음성'으로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마련된 연속기획입니다.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을 나누고 그들을 위로하고 또 격려하기 위해서입니다. 구인 기업들에게도 서류와 짧은 면접으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취준생의 면면을 보다 세밀하게 판단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취준생들에게 1개월 간 각자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목소리로 취업준비 활동을 매일 일기처럼 음성으로 녹음하게 했습니다. 물론 취준생들에게는 소정의 사례비가 지급됩니다. 제작진에 전송돼 온 한달치 음성파일은 편집 과정을 거쳐 미니 다큐로 가공돼 CBS라디오 뉴스에서 방송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음성 파일이 탑재된 텍스트 기사 형태로 편집돼 이 기사처럼 매주 한 편씩 소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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