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서 축산 약소국가인 우리나라가 덤터기를 뒤집어 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뜩이나 원유가 남아도는데, 이들 국가에서 제조한 분유와 치즈 등 유가공품이 아주 헐값에 수입되면서 국내 유가공품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수입산 유가공품 가운데 치즈의 수입가격이 1년 전에 비해 26%나 급락했는데도 국내 소비자 가격은 오히려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 국내 치즈 유통량의 95%25는 수입산
치즈는 젖소에서 짜낸 원유로 만든다. 제조 방법에 따라 자연치즈와 가공치즈로 나뉜다.
원유를 치즈로 만들 경우 무게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원유 1kg으로 치즈 90g 정도가 나온다.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치즈는 모두 10만 1,000여톤으로 2013년 8만 7,000여톤에 비해 무려 16%정도 증가했다. 국내에서 치즈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치즈 소비량 가운데 순수 국내산 치즈는 전체의 4.4%인 4,429톤에 불과하고 나머지 95.6%는 미국과 EU, 뉴질랜드에서 수입됐다.
국내 유가공업체들은 치즈를 수입해 식품첨가제와 유화제 등을 섞어 주로 가공치즈로 판매하고 있다.
◇ 수입산 치즈 가격 1년 사이 26%25 폭락
외국산 치즈의 톤당 국내 수입가격은 지난 5월말 기준 3,450달러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50달러에 비해 1년 사이에 무려 25.8%나 폭락했다.
국내 수입 치즈의 60%를 차지하는 미국산 치즈의 경우 무관세로 들어오는데다, 미국이 워낙 저가에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수입단가가 떨어졌다.
미국 자체적으로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남아도는 재고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치즈 수출가격을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 치즈 소비자 가격은 오름세
그런데 이처럼 치즈의 수입가격은 폭락했지만 국내에서 판매되는 소비자 가격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등지에서 판매되는 서울우유 체다슬라이스 치즈(200g)의 경우 지난달 26일 기준 평균 소비자 가격이 3,61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563원 보다 1.3% 올랐다.
매일유업 뼈로가는 칼슘치즈(270g)의 경우도 올들어 평균 소비자 가격이 6,773원으로 지난해 6,695원 보다 1.2% 상승했다.
국내 대형 유가공업체들이 외국산 치즈를 저가에 수입한 뒤 국내 소비자들에게 비싼 가격에 판매하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의 치즈와 분유 등 유가공품 시장이 서너개 수입업체에 의해 좌우되다 보니까, 실제 원유가격과 제품 수입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오르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 공정위, 2011년 치즈가격 담합 과징금 부과...비웃는 유가공업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1년 6월에 서울우유와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국내 치즈 유통업체 4곳에 대해 가격 담합 혐의로 과징금 106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이들 유가공업체는 2007년부터 치즈제품의 원료인 수입산 자연치즈의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가격의 인상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치즈시장은 이들 4개 업체가 95% 이상을 점유하는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형 유가공업체는 일단 치즈가격을 올리고 난 뒤에는 원재료와 수입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가격은 결코 내리지 않는 이른바 '비대칭 영업'을 일삼고 있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국내 영세 낙농가들은 남아도는 원유 때문에 허리가 휘는데, 유가공업체들은 아예 국내산 치즈를 만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유가공업체들이 외국산 치즈를 수입해서 폭리를 취하는데 익숙해졌다"며 "결국 치즈 소비자들과 낙농가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