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논란이 당내 계파 갈등을 넘어 당청 간 대화 단절로 이어지면서 여권내 소통이 완전히 단절되고 있다.
급기야 2일 열린 새누리당의 최고위원회에서는 공개 회의 도중 최고위원들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거친 말을 주고 받다가 회의가 중단되는 볼썽사나운 상황까지 벌어졌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사흘째 '유승민 사퇴론'을 집요하게 거론하자 김무성 대표가 회의를 끝내겠다고 선언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고 욕설까지 나왔다.
또 1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추경예산 편성을 위한 당정협의가 열렸지만 유 원내대표는 불참한 채 원유철 정책위 의장이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최 부총리가 유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않기를 희망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경예산의 편성은 메르스 여파로 직격탄을 맞아 침체의 늪에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 경제전문가이자 집권당의 원내대책을 총괄하는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당청간 채널만 막힌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국회의장과의 소통도 단절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일 중견 5개국 협의체인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 참가국 의장과 함께 박 대통령 주재 오찬에 참석키로 했으나 지난 26일 일정이 취소됐다.
멕시코 등 3개국 의장이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으로 일정이 뒤늦게 조정됐지만 이 자리에 정의장은 초청되지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다른 일정 때문에 1시간이 넘는 오찬을 소화할 수 없어 일정 자체가 빠졌다”고 했지만 정의장이 불참한 배경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초청국 국회의장이 배제된 배경에 대해 알려지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일이다.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만남도 불발됐다.
김무성 대표는 1일 오후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제17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취소한 채 강동경희대 병원을 방문했다.
대통령 참석행사에 가봐야 대화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 김 대표의 해명이었지만 여권의 소통 단절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통령과 집권당은 국정(國政)을 함께 책임지고 있다.
여권의 불통은 결과적으로 국정운영의 차질을 빚게 해 고스란히 국민들의 피해가 된다.
더욱이 지금은 메르스 사태와 경제의 침체에서 비롯된 민생난의 가중,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취업 문제 등 당정청이 힘을 합쳐도 해결하기 어려운 민생과제가 산적해 있다.
입장이 달라도 국민앞에서는 화합하는 모양이라도 갖춰야 할 것인데 아예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나 집권당의 자세가 아니다.
자신들과 계파와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여당 원내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국민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아직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여권이 보여주는 총체적인 난맥상을 볼 때 앞으로 남은 2년 반이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