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로 숨진 공무원은 모두 60년대 초반에 태어난 남자들로 30년가량 공직사회에서 일하며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대부분 자수성가형 50대 가장들이다. 묵묵히 일한 세월의 대가로 나선 장기연수의 끝이 비극으로 마무리되면서 가족과 지인의 슬픔도 클 수밖에 없다.
강원도 춘천시 소속 공무원 이모(54)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중학교까지만 다녔지만 이후 방송통신고를 졸업하고 1980년에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발을 디뎠다.
학업에 대한 미련과 열정으로 이 씨는 재직 중 방송통신대를 졸업하기도 했으며 2012년 30여년 만에 5급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이 씨의 동료는 "꼼꼼하고 합리적인 성격에 회계, 경리 전문가였다"며 "어려움을 견뎌내고 뜻을 이뤘는데 뜻밖의 변을 당해 가슴이 먹먹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광주광역시 소속 공무원 김모(54) 씨는 공직생활 28년만인 올해 1월 꿈에 그리던 5급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1987년 공직에 입문한 김 씨는 승진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기계직의 한계를 딛고 승진 바늘구멍을 통과해 본인과 가족의 기쁨도 컸다.
김 씨의 동료 공무원은 "어렵게 승진해 기뻐하던 모습이 어제 같다"며 "사무관으로서의 포부와 꿈도 펼치지 못한 채 눈을 감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천시청 소속 한모(55) 씨의 죽음은 가족들, 특히 둘째아들에게 지울 수 없는 한으로 남게 됐다.
한 씨의 차남(24)은 2일 중국 출국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인천시청 민원실을 방문했다가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최종 합격 사실을 알게 됐다. 누구보다 이 사실을 좋아했을 아버지가 숨진 다음날, 아들은 아버지의 길을 따라 공무원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알릴 방법을 잃은 아들은 가슴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다.
큰딸이 결혼한 지 보름 만에 유명을 달리한 경기도 고양시의 한모(54) 씨, 아들의 사망 소식에 87살 노모가 실신해 쓰러진 제주도의 조모(54) 씨 등 변을 당한 모두가 평생을 헌신한 공복이자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이었다.
이번 사고로 현재까지 경북, 광주, 제주, 경기도 고양.남양주, 강원도 춘천, 부산, 인천 서구, 서울 성동구 소속 각 한 명씩 공무원 9명이 숨졌고, 여행사 사장과 중국 현지인 한 명 등 모두 11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