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은 재학생 60여명에게 전과를 허용해 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B씨는 “이 학과만을 위해 대입을 준비했고 다른 과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며 울분을 토했지만 학교 측의 반응은 싸늘했다.
B씨는 “동기 대부분은 전과를 했고 자퇴한 뒤 재수를 준비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중어중문과에 재학 중이던 2010학번 A씨는 2012년 군 복무 중에 학과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A씨 역시 제대 후에 결국 울며겨자 먹기로 다른 학과로 옮길 수 밖에 없었다.
◇학습권 대신 수익·성과 앞세운 대학들… 학과 통폐합 직격탄
A씨는 “통폐합을 하게 되면 강의 수가 줄어 수업의 다양성과 선택의 자율성이 줄어든다”며 “비싼 등록금 내고 구색 맞추기식 수업을 듣기 싫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의 선후배 인프라도 중요한데 과가 사라진다고 하니 전과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A씨의 동기 남학생들은 이러한 이유로 대거 전과를 했다.
이같이 학과 통폐합으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지만, 대학들은 여전히 학과 구조조정을 확산하는 추세다. 이화여대, 중앙대, 건국대, 한성대 등도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교육부가 작년 12월에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 기본계획’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학의 등급을 나눠 하위 두 개의 등급의 재정 지원 비율을 줄이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일부 대학에서는 학과 통폐합 등 학과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재정지원에 다급해진 대학이 구성원들과의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학과통폐합을 실시하면서 이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고등교육법 제6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4조에 따르면, 학과 통폐합이나 학사 개편 등 모집단위를 조정하고자 할 경우에는 그 변경 내용을 대학 구성원들이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사전공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사전공고 기간의 기준은 애매하기만 하다.
◇교육부 '대학 구조개혁 평가' 논란… 학생들 길거리로 내모는 교육시스템
학생들은 학과통폐합으로 인해 자신의 전공과 관련한 안정적인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학과 퇴출 위기에 놓인 대학생들은 학과통폐합을 부추기는 교육부의 대학평가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문제제기를 목적으로 설립된 ‘모두의 대학’측은 “학교에서는 통폐합된 전공 학생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라며 “더 이상 성과를 낼 것이 없고, 수익을 내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수많은 대학에서 학교와 학생 간 싸움이 벌어졌지만, 학교 측의 기만적인 행보로 학생들이 지쳐 싸움을 포기하는 양상이 많이 발생했다”며 “이 문제는 교육부의 정책 방향을 바꾸도록 만들지 않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학령인구 급감 문제를 대학의 책임으로만 떠넘기는 정부와 어떻게든 재정 지원금을 따내려는 대학 사이에서 학생들이 신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