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던 가족에게 어느날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는 아이들이 세상의 문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이 중요한 시기에 가족이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나이 오십의 가장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 유라시아대륙을 여행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은 이렇게 물어봤다.
"아 돈이 좀 있나요?"
- 아닌데요. 재산이라고는 달랑 하나 있는 아파트였는데, 그것마저 정리하고 갑니다.
"그럼 사회 적응에 문제가 좀 있나요?"
- 아닌데요. 20여 년간 전시 디자이너로 열심히 살아왔고 저만의 독보적인 영역, 그로 인해 생긴 조금의 기득권마저 버리고 갑니다.
"아, 그럼 아이들이 학교에서 왕따?"
-. 아닌데요. 아이들 셋 모두 학교에서 오히려 친구가 많아 문제입니다.
몸매가 빼빼해서 붙여진 '빼빼가족'은 그렇게 세계여행을 떠났다. 유라시아대륙의 동쪽 끝 대한민국 갑절곶에서 서쪽 끝 포르투갈 호카곶까지 숙식이 가능한 미니버스를 몰고 용감하게 길을 나섰다.
길을 떠나기 전에는 몰랐다. 이 무모한 가족 여행길에 가족을 위한 특히나 아이들을 위한 훌륭한 선생님들이 이리 많이 계실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광활한 자연, 각양각색의 삶들은 모두가 길 위의 교재이자 교사들이었다. 매일 조금씩 움직이며 바라본 세상은 가족의 아름다운 공통 기억으로 남았다.
신간 <빼빼가족, 버스 몰고 세계여행>은 한 용감한 가족이 우여곡절 끝에 25개국 163개 도시를 버스를 타고 달린 이야기를 아름답고 유쾌하게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