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나비 효과'라고 하나요? 박 대통령은 일단 유승민 원내대표 한명을 '디스'하려고 했는데, 뜻하지 않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폭풍이 되어 도리어 정권을 겨냥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겁니다.
사견으로는 정치는 '생물(生物)' 또는 '상상력의 소산'이라고도 하니 한귀로 듣고 흘릴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거취를 결론 내진 못했지만 일단 시간은 유 원내대표의 편이 아닐 것 같다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네요.
그럼 다음 시나리오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유승민 원내대표의 좌우명은 '불요불굴(不撓不屈)'입니다. 흔들리지도 굽혀지지도 않는다는 것인데,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습니다. 지금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네요 ㅎ
이제 본격적인 얘기를 해 볼까요? 최광웅 정치평론가(극동대 겸임 교수, '바보 선거' 저자)는 올초 발행한 책 '바보 선거'에서 "TK-호남연합 중도개혁 신당이 블루오션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 현 정부에서 역차별 받는 TK
지난 대선 당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득표율이 61.2%에 그쳤지만, 대구경북은 무려 80.5%가 쏟아졌고 이 지역에서만 문재인 후보와의 격차를 201만여 표 벌려 승리의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그런데 2015년 6월 30일 현재 대한민국 5부 요인은 대통령과 황교안 총리(서울)를 제외한 3인이 PK 출신입니다. 권력 핵심부가 이럴진데, 일반 공무원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2012년을 기준으로 한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1738만원으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20년째 꼴찌입니다.
현직 대통령이 대구 출신이긴 하지만 '덕'을 못봤다면 차기 주자를 생각하는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차기 주자군에 TK 출신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TK출신을 굳이 꼽아보자면 여권에서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야권에서는 김부겸 전 의원이 유일합니다.
현직 대통령이 대구 출신이지만 TK에서조차 '유승민 찍어내기'는 잘못됐다는 여론이 비등합니다.
CBS노컷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7~28일 이틀간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승민 찍어내기'에 대해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에서도 각각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58.2%와 58.9%로 높게 나타났습니다.(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RDD를 활용한 ARS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2.74%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0%p다.)
이건 뭘 뜻할까요? TK에서는 차기 또는 차차기 주자로 유승민 원내대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 호남은 더이상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사상 최대의 130석을 가진 제1야당이지만, 야당 지지층으로부터도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또다른 여론조사가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당의 버팀목으로 여겼던 30-40대의 대거 이탈이 더욱 충격적이었죠.
경향신문의 2015년 신년여론조사에서는 무려 12.9%까지 지지율이 떨어져 1년 전 '도로 민주당'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호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18.9%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변화에 대한 욕구가 특히 강한 호남인들이 새정연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제3신당 출현을 예의 주시하는 징표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제3신당의 태동은 TK와 호남에서
이처럼 최근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정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TK와 호남지역 입니다. 현 여당과 현 야당의 가장 강력한 연고지이자 텃밭인 이 두 지역이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외받고 있는데다 변화를 갈망하는 두 여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 이 두 지역이야말로 최광웅 정치평론가 표현대로 '한국 정치를 코페르니쿠스적으로 전환시킬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합류한 'TK-호남 신당'이 가능한 얘길까요?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개인적으론 최교수님 의견에 '좋아요'를 '꾹' 눌러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