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30일 오전 다음달 6일에 국회 본회의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재의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할 방침이라고 밝히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국회법 재의 본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 의장은 30일 발표문을 통해 "국회법 제77조에 따라 내일 예정된 본회의를 7월 6일로 변경하고자 한다"면서 "7월 6일 본회의에서는 국회법 개정안 재의의 건을 우선 처리하고, 인사안건 2건(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및 산업통상자원위원장 선거의 건)과 본회의에 부의된 법률안 전체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가 거부한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에 부쳐지는 경우, 해당 본회의에 참석하겠다고 선언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에 들어가더라도 다른 법안을 처리하고자 들어가는 것이지, 국회법 부분은 표결을 안 하기로 의총에서 결정했으니 그게 바뀐 것은 아니다"라면서 "표결까지 참여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본회의장 입장까지는 하되, 반대토론 뒤 표결 직전 집단퇴장 또는 표결까지 참여한 뒤 반대투표 행사 등 2가지 방법 중 하나를 쓰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나 법안 자동폐기를 추진하고 있는 새누리당으로선 집단퇴장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6일 본회의 결정과 김무성 대표의 화답에 따라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으로 빚어진 '내홍'을 진화할 시간을 벌었다.
유 대표가 당장 사퇴하지 않고 버티는 상황에서 일종의 '냉각기'를 갖자는 의도다.
유승민 '지킴이파(비박)'와 '축출파(친박)'들 간의 일종의 휴전 기간으로 유 대표 사퇴를 둘러싼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냉각기를 거치지 않고 대결하면 친박이든, 비박이든 생채기만 남긴다는 우려를 양 진영 모두 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29일의 입장을 바꿔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를 논의할 의원총회는 소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30일 밝힌 것도 당내 분란을 심화시키지 않겠다는 나름의 포석이다.
김 대표는 "의원총회를 열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거취 관련 의원총회는 안하는 게 옳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며 지금 (거취 관련) 의원총회를 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29일의 최고위원회의에서와 마찬가지로 "유 대표가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냉각기'야말로 유 대표의 명예회복 기간이라는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유승민 대표에게 '청와대와 맞서지 말고 적당한 방안을 찾으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좌장으로 유승민 사퇴 문제를 책임지다시피 한 서청원 최고위원 역시 "유 대표가 잘 경청했으니 대승적 결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유 대표에게 진퇴를 둘러싼 말미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비박계의 주장처럼 의원총회를 열어 유승민 사퇴 문제를 다룰 경우 새누리당은 '풍비박산'의 전 단계까지 진입할지 모른다.
의총에서의 비박과 친박의 세 대결은 수적으로 열세인 친박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씻기 힘든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실제로 유승민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우려한 이인제 최고위원이 "의원총회를 열어선 안 된다"고 말했고, 친박계도 의총 개최에 대한 입장을 누그러뜨렸다.
따라서 7월 5일까지는 유승민 사퇴 문제를 다룰 의원총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며 6일(다음 주 월요일), 유 대표의 결단 여하에 따라 내홍이 내분으로, 전쟁 수준으로 치달을지, 아니면 진정될지 분수령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1일(내일)의 최고중진연석회의다.
최고중진회의에서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비박계 중진 의원들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압박작전을 도발로 규정해 문제 삼을 수도 있다.
이재오, 정병국, 심재철 의원 등이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