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사퇴를 주장했지만 유 원내대표에게 시간을 주는 것으로 정리가 됐고 유 원내대표는 버티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대표 경선과정에서부터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원내대표 사퇴 압박에 대해서 애매한 태도만 보이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 에서는 "김무성 대표는 왜 청와대 앞에만 서면 작아질까?"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Why뉴스 전체듣기]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는 어떻게 되는 거냐?
=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얘기하지 못한다.
곧 사퇴를 결심할 것이라는 전망과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의원총회에서 결정한다는 얘기는 재신임을 물어서 원내대표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새누리당 중진 정치인은 "스스로 사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한 재선의원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대표가 원칙론자여서 쉽게 사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최고위 후 기자들을 만나 "최고위원님들 말씀을 잘 들었고, 제가 경청했고 더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사퇴압박에도 불구하고 '더 생각해보겠다'고 답한 것은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유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는 하지 않는다는 얘기냐?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그럴 가능성(사퇴)이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저한테도 사퇴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얘기를 했고, 선출로 뽑은 대표이기 때문에 본인이 사퇴하지 않는 한 강제로 쫓아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29일 아침에 문자로 의견을 물어봤는데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도 전했다.
새누리당 재선 의원 20명도 29일 긴급모임 뒤 성명을 내고 "원내대표는 당헌에 따라 의총을 통해 선출됐고, 최근 당-청 갈등 해소에 대한 약속도 있었다"면서 "의총 결과를 무색하게 하면서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해 당내 분란이 확산하고 있다"며 친박 최고위원들을 겨냥했다. 3선 이상의 비박계 중진 의원들도 유 원내대표 사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의원들을 상대로 물밑 설득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 김무성 대표가 '당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사퇴를 압박하는 거냐?
= 그게 좀 애매하다. 사퇴하라는 것도 그렇다고 사퇴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당 대표로서 어떤 경우라도 당의 파국은 막아야 된다. 저에게 그런 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당의 파국을 막는다는 의미가 함축적이다. 친박과 비박과의 정면충돌을 막겠다는 것인지 의원들이 선출한 원내대표를 지키겠다는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김무성 대표는 평택에서 최고위원회 직후 '최종 결정은 최고위원회의가 아니라 의총에서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론이다"라면서 "이런 일이 있으면 당 지도부의 의견조정이 중요하기 때문에…(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긴급최고위원회의 직후에는 "이 문제를 최고위에서 끝낼 일인지 의원총회에서 끝낼 일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이견이 있었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무성 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은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와 관련해 "아직은 가닥이 잡히지 않았지만 여론의 추이를 보고 있으며 앞으로 2~3일 내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선출직인 원내대표를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내쫓을 수 있는 건가?
= 지금 새누리당의 친박계 의원들의 움직임을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대통령이 질 수는 없다"는 말로 밀어 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비박계 의원들의 입장은 그렇지않다.
김성태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 말한마디에 헌법기관(국회의원)들이 의사결정을 통해 뽑아놓은 원내대표를 끌어내리는 것 이거는 아니다. 이것은 대의민주주의가 실종되는 것"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두언 의원도 "대통령께서 몇 마디 화를 내듯이 얘기한 것 때문에 결론이 다시 뒤집힌다면 이 당이 창피한 당이 된다는 얘기다. "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사퇴하라는 것은 과거 군사독재 정부 시절 때의 얘기 같다"며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했다.
▶ 핵심은 김무성 대표의 의중 아니냐?
김무성 대표는 25일에는 "유 원내대표와 함께 간다"고 했다가 주말에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29일에는 "의총에서 최종 결정하자"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흔들리고 있는 건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건 하지 않건 그 이후의 카드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용교 새누리당 의원은 "유승민 대표를 교체한다고 해서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 (유 대표를) 지키던 안 지키던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답이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밀려나면 그 다음은 김무성 대표라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유승민 원내대표 다음은 김 대표다.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설득을 했지만 청와대로 기울어져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순망치한'을 얘기하면서 설득을 하지만 김무성 대표는 청와대가 자신과는 끝까지 갈 것이라는 회유에 마음이 기울어져 있다는 얘기다.
일단 시간을 벌었지만 김 대표는 "대통령이 질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할 말을 하고 있나?
=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게 아니라 청와대의 지시에 충실해왔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당대표에 선출된 뒤 "저는 할 말은 하겠다"면서 "당은 대통령의 밝은 눈과 큰 귀가 되어 국민들 구석구석 여론을 모두 경청해 대통령에게 과감 없이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10월 16일 중국 상하이에서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의 봇물이 터지게 된다.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다. 다음 대선이 가까워지면 개헌 논의가 가능하다"라며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렇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하루 만에 긴급진화에 나섰다. 김 대표는 발언 하루 만인 17일 "(내 말은)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많이 시작되겠다고 걱정하는 투였다. 대통령께서 이태리에 계시는데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죄송하다. 제 불찰"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정성근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도 "인사권자의 뜻을 존중하자"며 박 대통령의 뜻에 맞추려 했지만 그 발언 이후 2시간 만에 정 후보자가 사퇴했지만 김무성은 그때까지 청와대로부터 아무런 언질도 받지 못했다고 본인 스스로 기자들에게 고백했다.
여의도연구소장 임명을 두고도 박세일 전 의원을 임명하려다 친박계가 반발하고 나서자 청와대가 낙점한 김종석 전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임명했다.
김 대표는 취임이후 당청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후퇴해서 청와대의 뜻에 충실하게 따라왔다.
▶ 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거냐?
= 김무성 대표의 최측근으로부터 재미있는 분석을 들었는데 대통령의 뜻에 따르는 것이 일종의 '신앙'과도 같다는 것이다.
이 측근 인사는 "김 대표와 얘기해보면 YS랑 정치하면서 신앙처럼 남아 있는 게 있는데 그게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똑똑하고 훌륭하고 뛰어난 이회창 총재가 왜 대통령이 되지 못했는가? 대통령에게 고개 쳐들어서 대통령 못됐다. 이게 신앙처럼 각인돼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걸 YS식으로 표현하자면 "고개 들면 죽는데이" 이런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식이 신앙처럼 자리 잡고 있으니 신앙을 어떻게 바꾸겠냐는 것이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위기로 몰리면 보호하거나 최소한 중립적인 위치라도 가야하는데 김 대표가 발을 빼는 듯한 애매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얘기다.
▶ 김무성 대표가 새누리당 주자 중 선두 아니냐? 대권을 꿈꾸는 것 아닌가?
= 그렇게 보인다. 그래서 대권주자로서는 지나치게 소극적인 모습 아니냐? 그런 비판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정치인도 "이렇게 우유부단해서는 대권후보로서의 위치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포기하면 차기 원내대표는 친박계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김 대표는 서청원.이정현 등 '친박'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태호.이인제 등 범박계 최고위원들로 둘러싸여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김무성 대표는 스스로 대권을 꿈꾼다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며 측근들도 대권은 아니라고 말한다.
김 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서용교 의원은 '김무성 대표가 대권을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에게 (대권을) 위해서 이렇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아예 반영이 안 된다. 그걸로 봐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를 잘 아는 정치인들도 "김 대표 스스로 대권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새누리당 대권주자 중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고 있고 때로는 전체 후보자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또 김무성 대표의 행보를 보면 대권을 의식하고 있다는 걸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김무성 대표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에 따라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될 지 아니면 청와대의 말을 잘 듣는 충실한 심부름꾼으로 남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