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률은 특정 질병에 걸린 전체 환자 중에서 그 병으로 숨진 환자의 비율을 뜻하는 의학 용어로, 흔히 부르는 치사율과 같은 개념이다.
메르스 사태 초기만 해도 보건당국은 "국내 메르스 치명률은 10% 이하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국 발표에 따르면 30일 현재까지 메르스 환자는 182명, 이 가운데 숨진 사람은 33명이므로 치명률은 무려 18.1%에 이른다.
문제는 실질적인 치명률은 메르스 사태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훨씬 더 높다는 점이다.
확진자 182명 가운데 이미 숨진 33명 외에도 추가 사망자가 나올 확률이 없지 않은데도 당국이 애써 이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망자들이 감염된 후 숨질 때까지의 기간에 추가로 감염된 환자들 가운데에도 앞으로 숨지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신규 환자들은 치명률을 계산하는 현재 시점에는 살아있기 때문에 모두 완치를 가정해 생존자로 계산된다.
이러한 모순 때문에 매일 매일 발표되는 치명률은 실질적인 치명률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만약 이 오차를 감안해 치명률을 정확하게 계산하려면, 사망자인 33명이 메르스 환자가 됐을 당시의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따져야 한다.
국내 메르스 사망자의 경우 감염일부터 사망일까지 20일 가량 걸렸다. 당시 확진자가 108명인 걸 감안해 계산하면, 치명률은 당국 발표대로 18.1%가 아닌 30.6%로 10%p 넘게 껑충 뛰어오른다.
사망자의 감염일 대신 증상발현일을 기준으로 삼아봐도, 사망일까지 약 14일이 걸렸기 때문에 지난 16일 확진자 수인 154명을 놓고 계산하면 20.7%나 된다.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일률적으로 계산할 수는 없지만 오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일일이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건당국이 매일 제공하는 치명률은 확진자와 사망자 당일 기준으로 계산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삼성서울병원에서 시작한 2차 메르스 유행 당시 감염·진단된 환자 중에는 중환자가 많다"며 "남아있는 59명의 치료 환자 가운데 14명이나 불안정한 상태기 때문에 앞으로 사망률이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