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본부를 두고 있는 ECB는 28일(현지시간) 정책위원회 전화회의를 열어 지난 26일 수준으로 ELA 한도를 동결키로 결정했다고 dpa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은행에 대한 ELA 총액 한도는 약 890억∼900억 유로 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은 그리스와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이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그리스에 대한 마지막 자금줄 역할을 하는 ELA 프로그램 적용을 일단 유지하되 한도를 높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연장안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시행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은행권 자금 인출액이 13억 유로에 달했다는 추정이 나올 만큼 자금난에 몰린 상황이라 ELA 유동성 공급이 끊기거나 한도 상향 없는 상태가 이어지면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ECB는 그동안 그리스 중앙은행의 요청을 받아들여 ELA 금액 한도를 계속 높이면서 위기를 관리해 왔다.
ECB는 이날 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이번 결정을 다시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막바지 구제금융 협상 상황에 따라 유동성 공급 및 한도 상향 여부를 포함한 추가 대응 의지를 밝혔고, 금융 안정을 위해 그리스 중앙은행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역시 그리스 중앙은행과의 긴밀한 협력을 다짐하고 "모든 회원국들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취약성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유로 금융체제에 속한 그리스 중앙은행은 그리스 시민들의 금융안정 보장을 위한 모든 조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구제금융과 별개인 ELA는 시중 은행이 자금난을 겪을 우려가 있을 때 유로존 각국 중앙은행으로부터 요청받아 ECB가 승인을 거쳐 공급하는 금융 프로그램이다. ECB는 운용 규약에서 ELA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한도를 높이는 전제로 해당 지원을 받는 금융권의 지불 능력을 들고 있다.
ECB가 ELA 유지와 한도 동결을 결정한 가운데 최대 채권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9일 국내 정당대표자 긴급 회의를 열어 그리스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그리스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이런 성격의 회의는 처음으로, 그리스에 대한 독일의 대응에 관한 총의를 모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또 그리스는 금융안정화위원회의 긴급대책 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이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해야할 16억 유로를 상환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히고 나섰다고 외신들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