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취업실적만 앞세우고 학생들이 처한 노동 현실은 외면한다는 비판이 높다.
대전지역 모 대학에 설치된 대학청년고용센터.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이 센터는 이력서·자기소개서 컨설팅과 진로상담은 하지만 노동상담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학 학생이 "일하던 중에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 같은데 상담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여긴 취업에 대해서 도움을 주는 곳이고 고용노동부에 물어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문의를 한 학생은 "고용노동부가 지원한다면서 노동상담은 따로 알아보라고 하니 조금 황당하다"고 말했다.
대전지역 또 다른 대학의 취업지원센터. 역시 노동상담은 노무사에게 알아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대학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노동법에 관련된 부분은 상담이 어렵다. 노무사를 찾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말을 들은 학생들이 대개 선택하는 것은 '포기'다.
대학생 A씨는 "노무사를 어떻게 만나야할지도 모르겠고 비용도 들 텐데 그냥 말자는 생각이 든다"며 "요즘은 일하는 학생이 많아서 비슷한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학교에서 이런 데는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대학생 B씨는 심지어 학교에서 보낸 인턴과정에서 최저임금도 못 받고 갖은 일에 동원됐지만 학교에서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B씨는 "학교에서는 '인턴기회가 어디냐. 그냥 참고 일하라'는 말만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대학마다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취업센터를 설치하고 여러 기관·단체와 적극적으로 협약을 맺는 모습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청년들의 불안정한 일자리와 열악한 처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지만, 대학들은 여전히 눈과 귀를 닫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학생들이 마주한 노동문제에도 주목하고 지원방안, 나아가 노동법 교육과 같은 교육기관으로서의 책임을 고민해야 된다고 말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류하경 변호사는 "지금은 학생 개개인이 외부에서 방법을 찾고 나서야 하는데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 노동법 교육이라는 게 전무하기 때문에 자신이 부당한 일을 당하는지 몰라서 신고 못하는 경우도 많고 그런 일이 대학 연구실이라든지 학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학이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은 이유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