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백수오 대란' 가해자 사라지고 피해자만 남아

"관리감독 식약처나 수사하는 검찰이나 소비자보단 기업 편" 비판

자료사진
건강기능식품 시장 자체를 들썩이게 했던 '가짜 백수오' 논란이 피해자만 남기고 어이 없이 마무리됐다.


수원지검 전담수사팀은 26일 "이엽우피소를 고의로 혼입했거나 혼입을 묵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백수오 원료 제조·공급 업체 내츄럴엔도텍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수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곤두박질쳤던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이날 오후 상한가로 마무리했다. 내츄럴엔도텍 측은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한다"며 "경영전반을 쇄신해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재기 목표까지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내츄럴엔도텍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백수오 원료에 대한 기능성을 인정받은 뒤 이를 제조업체에 독점 공급해 온, 가짜 백수오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 받아온 업체다.

사실상 "업체가 잘못을 하긴 했지만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니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의견이 피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다.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봤을 때 '고의가 없었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면서 "검찰 수사 결과는 굉장히 실망스럽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격앙 그 자체다. 백수오 제품을 구입했다는 A씨는 "가짜 식품을 제조해 막대한 이익을 남긴 기업들이 고의성이 없다고 처벌받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검찰까지 국민보다 기업이 우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한 달 넘게 시끄러웠던 가짜 백수오 사태의 책임자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됐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월 말 가짜 백수오 제품이 전방위적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발표한 이후 식약처가 관리, 감독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엽우피소는 무해하다"며 책임을 회피한 바 있다.

가해자가 떠난 자리엔 피해자들만 남았다. 당장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달 접수한 백수오 제품 관련 상담만 1만3140건에 달한다. 이중에는 이상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은 경우도 상당하다.

특허기술이라며 대대적 광고에 나선 내츄럴엔도텍 등 제조업체는 물론 주요 유통채널로서 재미를 톡톡히 본 TV홈쇼핑까지 '이득을 챙긴 기업'과 '피해를 본 소비자'가 분명히 구분되지만, 소비자들은 이제 책임을 물을 곳이 사라진 셈이다.

소비자에게 백수오 제품 판매액의 전액을 환불해줄 것을 요구받았던 TV홈쇼핑 사들은 이날 오히려 "주주들로부터 기존 미섭취 분량 환불 방침마저 근거가 희박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검찰 처분에도 불구하고 기존 환불 방침은 변화가 없다고 한다.

적극적인 피해구제에 나섰던 소비자들도 이번 검찰 발표로 불리한 상황이 됐다. 최근 백수오 제품을 복용한 피해자 501명은 홈쇼핑과 내추럴엔도텍에 첫 손해배상 소송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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