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CBS 김진오 선임기자
앵커) 김진오의 눈… 김 기자, 어서 오세요.
▶ 오늘은 무슨 뉴스부터 짚고 갈까요?
어제 아침엔 청와대와 폭풍전야의 정치권을 가장 먼저 다뤘습니다만 오늘은 메르스로 가겠습니다.
어제 한 명 발생했으나 137번 환자가 확진 판정 이틀 만에 사망하고 2,135명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메르스가 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강동성심병원이 삼성병원에 이은 메르스의 '3차 유행 진원지'로 급부상하면서, 최대 잠복기인 7월 초까지 추가 감염 우려가 상존하고 있습니다.
현재 당국이 집중관리중인 병원은 10곳. 이 가운데 특히 주목하고 있는 곳이 바로 강동성심병원과 구리 카이저재활병원입니다.
격리 대상에서 빠진 환자가 발생한 병원들입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경기도 평택의 178번 환자 역시 당국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증상을 보인 이후로도 엿새 동안 방치됐기 때문입니다.
▶ 그럼 오늘의 뉴스 포인트를 살펴보죠?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전례 없이 격한 언어를 써가며 정치권을 비판했는데요. 단연 '배신의 정치'가 압권이었습니다.
한번 대통령의 발언들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협조를 했는지 의문이다.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다.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선 "내년 총선까지도 통과시켜 주지 않고 가짜 민생법안의 껍질을 씌워 끌고 갈 것이냐, 한번 경제 법안을 살려라도 본 후에 그런 비판을 받고 싶다. 비통한 마음마저 든다"고 강조했습니다.
발언의 마지막에도 정치개혁을 다시 거론했습니다.
"오로지 선거에만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정쟁으로만 접근하고, 당선 뒤엔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긴다"며 "구태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그 어느 때보다 격한 어조로 공격했습니다.
정치권을 향한 이런 비판을 가할 땐 대통령의 언성이 높아지는가 하면 떨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정치권의 형태에 대한 대통령의 분노처럼 들렸는데 "박 대통령은 그동안 여당 의원들에 대해 강한 배신감을 갖고 있었다"고 친박의 한 핵심 의원은 말했습니다.
대통령의 이런 정치권 비판을 전해들은 여의도는 당황과 황당, 격앙, 패닉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 이런 발언을 어떻게 봐야합니까?
승부수를 던진 것입니다. 청와대의 국정 주도에 대해 협력하던가, 하지 않으면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를 하겠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여권을 재정비하겠다는 초강수를 던진 것입니다.
그럼 초강수가 뭐냐 하면 새누리당을 탈당할 수 도 있으며 박근혜표 신당을 만들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당적 이탈, 탈당과 여권 재정비 구상을 이미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신당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 정치권을 흔들어 보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했습니다.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이정현 최고위원, 유승민 대표의 머릿속에는 대통령의 탈당과 신당 구상을 추정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발언의 의미를 한번 곱씹어 보면 박 대통령의 심중의 일단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대한민국의 정치인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만이 신당을 창당할 힘을 가진 유일한 정치인입니다. 국회의원 2~30명을 당선시킬 수 있는 힘 말입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국회가, 여당이 박 대통령의 국정에 계속 협조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면 대통령의 정치권 빅뱅 결단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여당이 어제 꼬리를 내린 것도 대통령의 이런 기류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뽑은 뉴스 키워드는요?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의 원내사령탑, 유승민 원대대표를 직접 지칭하며 배신의 정치라고 규정했는데요.
유승민 대표는 박 대통령에겐 배신자로 낙인 찍혔습니다.
그런 유승민 대표는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습니다.
어제 의원총회의 발언자 40명 가운데 김태흠, 이장우, 김진태 의원만이 유 대표의 사퇴를 직접 요구했고, 김현숙 의원과 정용기 의원은 우회적으로 사퇴를 언급했습니다.
그러니까 35명의 의원들은 유 대표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재신임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의원들의 뜻을 고려하겠다고 말했고, 박 대통령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유승민 대표는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이미 유승민 대표를 찍어내기로 작심한 만큼 자리를 지키기가 쉽지 않은 '사면초가'의 신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유 대표를 재신임한 어제 새누리당의 의총이 또 다시 배신했다고 판단하고 계속 새누리당을 압박할 것입니다.
유승민 사퇴론을 둘러싼 내홍은 진정되지 않고 재점화할 공산이 큰데 역설적으로 유승민 대표는 스타 정치인으로 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 뉴스 인물을 누구로 선정하셨어요?
가장 곤혹스러운 정치인이 유승민 원대대표일 것 같지만 김무성 대표입니다.
김 대표는 유승민을 사퇴시키라는 압력을 박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지는 않았다고 할지라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박 대통령의 간접적 지시를 거부한 김 대표가 박 대통령의 '레이저빔'을 맞을 수도 있는 국면입니다.
이런 기류를 파악한 김 대표가 청와대에 대해 자세를 완전히 낮추며 최대한 국정 협력을 다짐했으나 박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누그러뜨릴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김 대표가 유승민 원내대표 카드를 버리면 청와대의 노기를 일단 피할 수 있으나 김무성-유승민 투톱체제는 순망치한의 관계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유승민 찍어내기 다음 차례는 김무성 대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지난해 7월 14일 당 대표가 된 이후 최대 정치적 시련기입니다.
박 대통령의 압박과 친박계의 포위작전을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입니다.
▶ 다음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최경환 경제팀이 침체하고 있는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으로 15조원가량의 추경예산안을 편성하려했으나 새누리당이 퇴짜를 놓았습니다.
구체적인 지출 항목을 가져오지 않고 두루뭉술한 추경안을 가져온 데 따른 새누리당의 거부인데, 당정 간의 불협화음이 원인입니다.
박 대통령의 정치권, 여당에 대한 고강도의 비판이 추경과 관련한 당정협조체제까지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메르스 추경 15조원이 여당과의 협의를 끝낸다고 할지라도 "대통령의 독선정치가 정치를 짓밟았다"며 모든 협조를 거부한 야당이 추경을 쉽사리 들어줄 것 같지 않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야당은 어제 메르스 관련 법안을 제외한 모든 법안 처리를 거부했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의 거부권 행사를 둘러싼 첨예한 대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갑니다.
야당도 발목을 잡았다는 비난을 받겠지만 가장 큰 손해는 청와대가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여당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누가 옳고 그르고도 중요하지만 '정치란 협치다'라는 말은 동양 정치사상의 근간입니다.
▶ 그리고 주목한 뉴스는?
지난 주일 밤 KBS개그콘서트의 시사 풍자 코너 민상토론이 결방돼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는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심위로부터 행정지도를 받았습니다.
지난 14일 방송된 민상토론이 메르스 사태에 대처하는 박근혜 정부의 미흡한 관리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풍자하는 내용이었는데요.
'개그콘서트' 이재우 PD는 CBS노컷뉴스에 "외압도, 내압도 없었다"며 "이번주에는 정상적으로 녹화를 진행했고, 방송되는 것도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개콘 민상토론은 정치적·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사안들을 재치 있는 언어와 풍자로 비꼬며 시원하게 갈등을 풀어준다는 호평을 받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