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은 거부, 與는 방치… 국회법 운명은 '자동폐기'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가 파행을 겪고 있다. (윤성호 기자)
청와대가 재의를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을 새누리당이 재의에 부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법안은 자동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내년 5월말 19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재의되지 못하면 법안은 임기만료 폐기된다.

새누리당은 25일 의원총회를 열어 청와대 거부권 관련 후속조치를 논의했다. 이를 통해 여당은 재의에 부치지 않고 자동 폐기시키기로 결정했다.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정을 존중해야 하고, 의원들의 입법행위도 존중돼야 한다. 그래서 의원들 다수의 뜻을 받아 재의에 부치지 않는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법안을 방치해 자동폐기 시키는 방안은 친박계가 지지하는 안이었다. 의원총회에서 '정당하게 재의에 임해 반대표를 던지자'거나 '재의 본회의까지만 열고 표결 전 퇴장하자'는 등의 이견이 있었지만 채택되지 못했다.

친박계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은 "역대로 거부된 법안의 반은 자동폐기한 것으로 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당은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160석의 과반 의석을 가진 새누리당이 불참하면 재의는 불가능하다. 헌법에 따르면, 청와대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국회가 재의하려면 재적 과반(150석)의 출석으로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을 뺀 나머지 의석은 이에 미달한다.

재의에 부친 법안은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되고, 이 경우에는 청와대가 재차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재의에 불참하기로 한 이상, 야당은 표결에 부쳐보지 못하고 법안을 사장시켜야 한다.

이번을 포함해 '87년 헌정체제' 수립 이래 지금까지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은 총 15건이다. 정권별로 노태우정권 7건, 노무현정권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포함) 6건, 이명박정권·박근혜정권 각 1건씩이다. 이 가운데 8건이 재의 없이 방치·폐기됐거나 된다.

한편 야당은 새누리당의 이번 결정을 "의회민주주의에 조종을 울린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 의원총회 결과는 211명의 국회의원이 합의 통과시킨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것이고, 여야 간 합의도 헌신짝처럼 저버린 배신의 정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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