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교복 입은 성인 음란물도 '아청법'으로 처벌

"실제건 가상이건 비정상적…죄질 차이없어"

교복을 입은 성인 여성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실제가 아닌 가상의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것도 음란물로 볼 수 있어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헌재는 아청법 제2조 5호와 구 아청법 제8조 2항, 4항 등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사건에 대해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아청법 2조 5호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정의할 때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실제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이 교복 등으로 가장해 나온 영상이나 만화로 표현된 음란물까지 처벌대상이 돼 논란이 됐다.

영화 '은교'나 '방자전' 등 성인 배우가 극중에서 가상으로 미성년자를 연기하는 것도 해석에 따라 음란물로 볼 수 있어 기준이 모호하고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다.

또한 구 아청법 8조 2항 및 4항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하는 자에 대해 목적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및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는데 'P2P' 방식으로 파일 성격을 잘 모른 채 다운로드를 받은 사람들도 무더기로 처벌될 수 있어 과잉처벌이라는 문제 제기가 일었다.

하지만 헌재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은 실제로 이처럼 오인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사람이 등장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수준의 것에 한정돼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가상의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인 유포 및 접촉은 아동·청소년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하게 할 수 있다"며 "아동·청소년을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이에 대해 사회적 경고를 하기 위해서는 중한 형벌로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등장 인물이 가상이건 실제이건 아동·청소년 음란물은 모두 아동·청소년에 대한 비정상적 성적 충동을 일으켜 범죄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며 "죄질 및 비난가능성의 정도에도 거의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한철,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재판관은 "심판대상 조항 중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표현물' 등은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며 "가상의 아동·청소년음란물에의 접촉과 아동·청소년을 상대로하는 성범죄 사이에 인과관계도 입증된 바 없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앞서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2013년 5월 교복 입은 여성이 성행위를 하는 음란물을 전시·상영한 혐의로 기소된 PC방 업주 A씨 사건에서 아청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처음으로 제청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조항에 따르면 성인 배우가 가상의 미성년자를 연기한 영화 '은교' 역시 음란물로 처벌할 수 있는데 이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적 착취나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해 8월 수원지법 안산지원도 음란 애니메이션 동영상 파일을 인터넷에 업로드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B씨 사건에서 "가상의 인물이 나오는 데도 실제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고, 음란물 구성요건 역시 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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