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25일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 직후 "정부의 우려는 그 자체로서는 존중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원내지도부 불신임으로 확대 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결의하면서 "여당의 원내 사령탑이 정부 여당의 경제 살리기에 어떤 협조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불신임 의지가 확고하다는 게 확인된 상태다.
박 대통령을 추종하는 친박계는 당이 대통령에 승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헌정 이후 대통령 거부권이 70여건으로 알려져 있고, 그때마다 국회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왔다"며 "당헌 8조 1항에 '당은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하며 모든 책임을 함께 공유한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관습도 법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서 최고위원의 발언 역시 친박계가 고수하고 있는 '법안 자동폐기' 구상을 공식화하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이같은 행보는 김무성·유승민 투톱체제로 성립된 비박계 지도부에 위협이 된다. 마찰이 가중되는 경우 계파 갈등도 피하기 어렵다. 비박계에서는 친박계에 맞서 유승민 재신임론을 펴고 있다.
김무성 대표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거부권 행사로 원내대표 책임을 묻기 시작하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실종된다. 의원들 총의로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와는 순망치한의 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친박계의 공세가 지도부 전체를 향하는 경우 당청간 극한대립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있다.
'청와대의 표적'이 된 유 원내대표 측은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오후에 열릴 의원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한 뒤 본인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한 측근은 "청와대의 선택에 동의하기 어렵다. 메르스 사태 수습이나, 추경예산 편성 문제, 또 경제법안 처리는 다 포기한 채, 국회법 개정안 단 하나만 의지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여당 비박계 재선의원 그룹에서 긴급 회동을 갖는 등 향후 정국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당내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초재선의원 모임 아침소리도 예정에 없던 회동을 가졌다. 김무성 대표 역시 의원들을 두루 접촉하면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로 돌아올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재의에 부치지 말고 자동 폐기시키자는 친박계 요구에 정면 배치된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국회의장으로서 대통령의 재의요구를 헌법에 따라 본회의에 부쳐야 한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는 여야 원내대표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