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할 수 없었다" 여자농구 위성우 감독의 헌신

여자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이 3년 연속 여자농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다 (사진 제공/WKBL)

리우올림픽을 향한 여자농구의 여정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험난해 보인다. 8월29일부터 중국 우한에서 열리는 2016 리우데나제이루 올림픽 예선 겸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 대회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한농구협회가 짜놓은 준비 시나리오는 영 부실하기만 하다.

7월에 대표팀을 소집한다는 막연한 계획만 있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구성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지금까지도 대표팀 예비 엔트리 명단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대한농구협회는 25일에야 중요한 첫 발을 내디뎠다. 춘천 우리은행의 3연패를 이끈 위성우 감독을 3년 연속 여자농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위성우 감독은 여자프로농구 무대를 대표하는 명장이다. 위성우 감독은 우리은행에 부임한 2012년부터 팀을 3시즌 연속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능력을 인정받아 첫 우승 이후 2년 동안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농구협회도 최선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위성우 감독이 대표팀을 맡으면서 거둔 성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위성우 감독은 2년 전, 아시아선수권 대회 준우승으로 세계선수권 대회 티켓을 따냈고 작년에는 여자농구를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런데 위성우 감독은 야인(野人)이 아니다. 프로 구단에 속한 감독에게 3년 연속 대표팀 감독을 부탁한 대한농구협회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위성우 감독은 장고 끝에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수락했다.

위성우 감독은 "원래 작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2년 만 하기로 하고 대표팀을 맡았다. 올해의 경우 처음에는 고사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올해는 안 하면 좋겠다고 얘기했는데 여자농구는 남자농구와 달리 대회를 마치고 한달 뒤에 시즌이 시작하는만큼 꼭 해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거기서 죽어도 못하겠다고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끝까지 마음에 걸린 것은 소속팀 우리은행이었다.

위성우 감독이 우리은행에 부임해 비시즌 훈련을 제대로 지휘한 것은 부임 첫 시즌을 앞둔 기간 밖에 없다. 이후 여름이 되면 줄곧 선수촌에 머물러야 했다.

위성우 감독은 "여자농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 구단의 방침이다. 그렇지만 내 입장에서는 미안한 부분이 있다. 우승은 했지만 3년 동안 자리를 비운다는 것이 구단에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번 리우올림픽 예선에서는 우승팀에게만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2-3위 팀은 내년 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패자부활전 형식의 최종 예선을 통해 티켓을 따내야 한다.

최종 예선에는 올림픽 진출권을 따지 못한 대륙별 팀들이 모여 경합을 벌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만만치 않은 대회다.

한국은 2007년 아시아선수권 대회 우승팀 자격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러나 2012 런던올림픽 때에는 최종 예선을 통과하지 못해 출전하지 못했다.

아시아 정상 등극은 올림픽으로 가는 지름길.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일본 여자농구는 아시아 무대의 '디펜딩 챔피언'이다. 2년 전 아시아선수권을 제패했다. 그런데 최근 세대교체를 마친 중국은 일본의 전력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남자농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농구계에서는 올해 남녀 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독이 든 성배'라고 표현한다.

위성우 감독은 결정을 내린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위성우 감독은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가 잘해야 본전인 것인데 솔직히 부담은 크다. 준비 기간이 길지 않아 막막하기도 하다"면서도 "중책을 맡기로 한만큼 최선을 다해 올림픽 티켓 획득에 도전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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