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조 "케냐 마라토너 귀화? 제2의 황영조 없을것"


-에루페 실력차, 프로와 아마추어 수준
-귀화시 에루페 이길자 없어,좌절감 확산돼
-프로팀도 외국선수 영입해 성적내려 할것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

내년으로 예정된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는 케냐 출신 마라토너가 우리 태극 마크를 달고 경기에 나설지도 모릅니다. 지난 23일 입국한 케냐 출신의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 선수 얘기인데요. 그런데 귀화 절차를 밟기 시작한 이 에르페 선수를 두고 마라톤계에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이 논란을 지켜보면서 이 분은 어떻게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황영조 감독의 의견 들어보겠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 황영조> 네, 안녕하십니까?

◇ 박재홍> 일단 귀화신청을 한 케냐의 에루페 선수, 어떤 선수인가요?

◆ 황영조> 에루페 선수는 대한민국에서 개최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을 여러 번 했고 좋은 기록을 낸 케냐 선수가 되겠습니다.


◇ 박재홍> 기록도 굉장히 좋은 선수 같아요. 2시간 5분 정도의 기록도 갖고 있는 것 같은데요?

◆ 황영조> 네. 제일 좋은 최고 기록은 2시간 5분대이고요. 현재 세계기록은 2시간 2분대입니다.

◇ 박재홍> 올해도 세계 10위 안에 들었던 그런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굉장히 뛰어난 선수인 것은 사실인 것 같은데요. 이 선수가 우리나라에 귀국을 했고 귀화절차를 밟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감독님은 이 선수의 귀화시도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 황영조> 선수들의 이야기라든가 지도자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도핑테스트에 또 걸려서 문제가 된 선수기도 하고요. 그리고 케냐의 대표선수로서 올림픽을 참가할 정도의 수준인 선수는 또 아니고요.

또 이 선수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대한민국 선수로서 시합에 참가하게 될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현재 선수들 중에 이 선수를 이길 수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게 됩니다. 그러면 이 선수에 국한될 게 아니라 이 선수의 귀화가 시작되면 앞으로는 많은 외국출신 마라톤 선수들이 대한민국에 귀화를 또 신청할 거고요. 또 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겁니다. 이렇게 된다면 마라톤뿐만 아니라 단거리 종목에서도 자메이카 쪽 같은 외국 출신 선수들이 대한민국에 또 귀화를 시도할 거고요.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에서 지금 달리고 있는 좋은 선수들, 나름 대한민국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상당히 타격을 받을 겁니다. 그리고 올림픽 무대를 목표로 하고 있는 꿈나무 선수들도 상당한 좌절감을 맛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 에루페 선수 하나로만 생각할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앞으로 10년, 20년을 또 바라봐야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는 조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에루페 (사진=유튜브 영상 캡쳐)
◇ 박재홍> 이 선수의 지금 최고 기록이 2시간 5분대인데요. 지금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록은 어느 정도 됩니까? 격차가 많이 납니까?

◆ 황영조> 네, 지금 현역 선수 중에 9분대 선수가 있습니다, 정진혁 선수라고요. 그런데 지금 그 선수는 9분대를 한 번 뛰고 나서는 거의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저조한 기록으로 선수생활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에루페 선수와 대한민국 선수의 실력차를 놓고 비유를 하자면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 선수들의 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박재홍> 선수와 아마추어 정도의 차이라고요?

◆ 황영조> 네, 그렇게 따지면 에루페 선수가 대한민국 선수와 경기를 할 경우에는 그냥 조깅만 해도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된다는 거죠. 그러면 우리나라 선수들은 에루페 선수가 참가한 대회는 피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겁니다.

◇ 박재홍> 선수들의 동기부여 차원에서도 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 황영조> 그렇습니다.

◇ 박재홍> 그런데 어떻게 보면 한 단계 높은 기량의 선수가 국내에 들어올 경우에 다른 선수들도 함께 기량이 높아질 수 있는 그런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요?

◆ 황영조> 오히려 워낙 실력차가 크기 때문에, 그 선수가 뛴다면 아예 애초에 이 선수와의 경쟁을 제외한 상태에서 레이스를 펼쳐가야 되기 때문에 쉽지가 않습니다. 일본처럼 귀화를 시킬 게 아니라 아프리카의 좋은 선수들이 한국에 와서 훈련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일단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어떻게 보면 이 선수의 귀화로 인해서 많은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이 이제 희망이 없는 거죠. 국내 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프리카 선수들을 데리고 올 수 있는 팀이 성적을 내는 거지, 대한민국 선수들을 데리고 열심히 지도한 지도자들은 성적이 안 나오는 거예요.

◇ 박재홍> 그러니까 이제는 국내 환경에서 제2의 황영조, 제2의 이봉주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씀이세요?

◆ 황영조> 이제는 어려워지는 거죠.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제가 56년 만에 금메달을 땄습니다. 그 56년이라는 시간 동안 엄청난 침체기를 거쳤거든요. 우리도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또 우리 대한민국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날이 올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되어버리면 우리나라 선수들이 누가 마라톤을 하겠습니까? 어차피 케냐 선수 중에 잘 뛰는 선수 데리고 와서 그냥 훈련만 시키면 바로 성적을 낼 건데요. 노력할 이유가 없는 거고 열심히 할 이유가 없는 거죠. 그냥 적당히 좋은 외국 선수들 뽑아서 데리고 올 수 있는 팀들은 성적을 낼 거고, 그렇지 못한 팀들은 다 죽는 거죠. 이 문제는 조금 더 현장의 목소리를 좀 듣고 더 여유를 가져서 접근할 문제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 박재홍> 굉장히 큰 우려를 갖고 계시네요. 말씀 잘 들었습니다.

◆ 황영조> 예.

◇ 박재홍>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감독이었습니다. 케냐 태생인 에루페 선수의 귀화 논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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