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감염 고리를 끊기 위해선 '코호트 격리' 방식을 토대로 전면 폐쇄에 준하는 조치와 함께 정밀조사가 필수적이란 것이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지 약 2주 만인 지난 13일, 외래와 응급실 진료 및 입원 등을 제한하는 부분 폐쇄에 돌입했다. 병원 안에서 3천여명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이송요원 137번(55) 환자의 확진 판정이 계기였다.
이에 따라 신규 환자를 받지 않고 반드시 진료가 필요한 최소 인원의 중증환자 등만 진료하겠다는 게 보건당국과 삼성서울병원이 내놨던 '특별 조치'다.
하지만 다른 병원들의 경우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을 파악한 즉시 응급실 및 외래 병동을 폐쇄함은 물론 '코호트 격리' 조치를 취한 사례가 많다.
확진자 발생 당시 병원 내에 머물렀던 환자 및 의료진 등이 병원 밖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외부와 전면 차단했다는 뜻이다.
가령 대전 대청병원의 경우 지난 1일 응급실을 폐쇄하고, 다음날인 2일 곧장 메르스 접촉자들이 발생한 병동을 코호트 격리했다. 이 가운데 환자 34명은 25일 현재까지 병원 안에 격리돼있다.
을지대병원 역시 확진자가 발생한 중환자실에 머물렀던 환자 및 의료진 94명을 곧장 외부와 차단했다. 지난 23일 2주간의 격리에서 해제될 때까지, 을지대병원에서 추가 감염 환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반면에 삼성서울병원은 90명 가까운 환자가 발생할 때까지 감염 의심자들의 이동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주간의 부분 폐쇄 기간에도 감염 경로마저 불분명한 환자가 속출하면서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응급실과 암센터 등 병원 내에서만 2곳 이상을 돌아다닌 151번(38·여) 환자나 최소 4명의 메르스 확진자를 엑스레이 촬영한 것으로 파악된 방사선사 162번(33) 환자 등이다.
이 환자들의 경우 원내 어느 구역에서 어떤 방식으로 감염됐는지 확인조차 안 된 상태다.
삼성서울병원 문턱을 넘어 다른 의료기관으로 메르스를 전파시킨 사례 또한 꾸준히 속출하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 등으로 넘어가 벌써 10명의 추가 감염자를 발생시킨 76번(75·여) 환자가 대표적이다.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정책실장은 "지금 삼성서울병원에는 굉장히 폭넓게 감염 위험이 퍼져 있다"면서 "부분 폐쇄의 범위를 넓힌다든지, 혹은 감염 의심자가 완전히 차단될 때까지 일정 기간 전면 폐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코호트 격리를 취함으로써, 감염 우려가 해소되고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원내 인원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의료연합 정형준 정책국장도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많은 감염자들이 밖으로 유출되기 전에 코호트 격리가 이뤄졌어야 했다"며 초동 대응 실패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환자 발생 시점에 즉각 접촉자들에 대한 추적 역학조사도 병행돼야 했는데, 삼성서울병원 사태는 최소한의 격리와 추적조사 둘다 실패한 사례"란 얘기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삼성서울병원은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길 수 없는 중증환자를 위해 제한적으로나마 병원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매우 긴급한 환자들만 부분적으로 진료하고 있고 그 밖의 진료가 이뤄지지 않는 외래 병동 등은 닫아놓은 상태"라며 "출입과 면회도 제한되고 있고, 매일 드나드는 사람들을 방역 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초대형' 의료기관인만큼, 이곳의 설비와 시스템을 통한 치료가 필수적인 중증환자들이 존재하는 건 물론이다. 따라서 전염병 통제에 실패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인명 피해로 번질 우려도 더욱 크다.
그럼에도 '부분 폐쇄'를 전제로 연장 여부만 이슈가 된 상황은 메르스 사태에서 삼성서울병원이 정부의 통제 '바깥'에 있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1차 진원지'였던 평택성모병원은 감염이 확산될 당시 자체 휴원했고, 보건당국은 원내 감염 양상에 대해 곧바로 정밀 조사를 진행한 뒤 결과도 공개했다.
하지만 당국의 즉각대응팀까지 파견된 삼성서울병원에선 여전히 이같은 조사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고 있고, 결과 역시 공개된 게 없다.
보건의료연합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은 초반에 방역을 잘하고 있다고 자신했고, 정부는 그저 맡겨만 둔 것"이라고 비판했다.